"올해 블랙 프라이데이는 기대가 안 되네요"

미국의 대형 할인 행사인 '블랙 프라이데이(이하 블프)'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어야 할 해외직구(직접구매)족들이 잇따라 '구매 포기' 선언에 나섰는데요. 천장 뚫린 환율로 인해 예전과 같은 '초특가'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30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8.7원 내린 1430.2원에 마감했습니다. 1년 사이 250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600달러짜리 TV를 작년에는 70만원에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85만원을 써야 합니다. 두 달 뒤 환율이 지금보다 오른다면 가격은 더 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입니다. 환율 '고공행진'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건데요.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저항선은 1500원이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 추가 상승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어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강화 우려, 유로존 에너지발 펀더멘털 악화 우려, 중국 부동산발 경기회복 제약, 영국 금융시장 불안 등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달러화 방향성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해외직구족은 이미 지갑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온라인쇼핑 해외직접구매액은 1조302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 분기(1조3714억원)보다 700억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 기간 일평균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에서 1250원대로 뛰었습니다. 3분기에는 해외직구 규모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8월 이후 환율이 폭등했기 때문입니다. 연말까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해외직구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표적인 블프 수혜주인 삼성전자는 울상입니다. 블프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말 쇼핑 대목을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 탓입니다. 최근 '혹한기'를 맞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까지 호황이 저물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삼성전자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 입니다.

주주들의 상실감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2년간 '연말 랠리'가 펼쳐졌기 때문인데요. 2021년 11~12월 두 달 사이 삼성전자는 10% 넘게 올랐습니다. 재작년 같은 기간에는 41% 급등하며 '8만전자'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연일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는 지금과 180도 다른 상황이었죠. 증권가에서는 주가가 '4만전자'까지 밀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송명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4만6300원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분위기 반전은 해를 넘긴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송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종료 시점으로 예상되는 내년 1분기 중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다른 블프 수혜주인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연초 15만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7만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주력사업 중 하나인 TV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하이엔드 TV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LG전자의 3분기 추정 실적은 매출액 19조9000억원, 영업이익 8천776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실적 전망치)에 부합할 것"이라면서도 "HE(홈엔터테인먼트·TV 등)는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5.9% 늘어 전망치(11%)보다 소폭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반등의 키는 전장사업에 달렸다고 봤는데요.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먹거리이자 성장 산업인 VS(자동차 전장)는 2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2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기록할 것인지가 3분기 실적에서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습니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