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주유소 / 사진=한경DB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 사진=한경DB
'기름집'으로 통하는 정유업계 직원들은 올 상반기에만 1억원 안팎의 급여를 받았다. 에쓰오일(S-oil)이 1억77만원으로 급여가 가장 높았다. GS칼텍스(8570만원) SK에너지(8500만원) 현대오일뱅크(5400만원) 등도 5000만~8570만원에 달했다. 단순계산으로 연봉은 1억~2억원 수준이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덕분에 연봉도 높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흐름은 바꼈다. 실적 지표인 정제마진이 2년 만에 마이너스로 진입하는 등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현대오일뱅크는 핵심 정제설비 투자도 중단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6일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360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원유정제설비(CDU)·감압증류기(VDU) 설비 투자를 전격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CDU·VDU는 원유를 끓여 휘발유·경유·중질경유 등의 정제유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이 회사는 2019년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하지만 2020년에 코로나19가 덮치자 투자 시점을 차일피일 미루다 이번에 계획을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폭등하면서 공사를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며 “수익성도 갈수록 나빠지는 데다 앞으로 원자재 시장을 합리적으로 예측하기도 어려워진 것도 투자를 접은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적이 휘청이는 것도 투자를 접은 배경으로 작용했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정유업계는 올 하반기부터 서서히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 정유사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인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것)도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9월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0달러로 전주보다 2.7달러 떨어졌다. 지난 15일에는 배럴당 -1.64달러를 기록해 2020년 9월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정유사를 경영 환경을 둘러싼 금리 환율 물가가 나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우량 기업 조달금리인 회사채 AA-등급 금리(무보증 3년물 기준)는 0.339%포인트 오른 연 5.528%로 치솟았다. 올해 최고점인 것은 물론 작년 최저치(2021년 8월 19일·연 1.790%)보다는 세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AA- 금리는 이날 오전에 0.081%포인트 내린 연 5.447%에 거래됐지만, 여전히 연 5%대를 웃돈다.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면서 기업의 투자 유인을 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전날 환율은 22원 오른 1431원 30전에 마감했다. 이날은 9원 80전 내린 1421원 50전에 마감했지만, 여전히 1400원을 웃돌고 있다. 환율이 뛰면 원화로 환산한 원자재 도입 비용이 상승한다. 원유를 들여오는 정유사로서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