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비교 공시 이후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섰지만 금리 상단은 여전히 연 6%를 웃돌고 있다. 예·적금 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데다 미국발(發) 긴축으로 금융채 금리도 치솟고 있어서다. 오는 15일 발표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전달보다 올랐을 가능성이 높아 대출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담대 연 6%대 중반까지 뛰어…예대금리차 공시 효과 '주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8일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07~6.33%로 금리 상단이 6%대에 형성돼 있다.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4.45~6.426%로 상단이 6% 중반에 육박했다. 신용대출(1등급 기준) 금리도 상단이 연 6.46%에 이른다.

은행권 주담대는 지난 6월 상단 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가 금융당국이 ‘이자 장사’를 경고한 이후 연 5%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 7월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도입 이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췄지만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대출 금리 상승 압력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다.

변동금리 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지난 7월 역대 최대 상승 폭인 0.52%포인트 뛰었다.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은행이 매달 새로 조달한 자금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시장의 금리 변동이 빠르게 반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은행 예·적금에 돈이 몰리는 속도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 8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전달보다 17조원 넘게 늘었다.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를 웃돈다. 반면 이자가 연 0.1%에 그치는 요구불예금 잔액은 같은 기간 13조원 줄었다.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은행들의 또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인 금융채 금리도 오름세다. 고정금리 주담대 기준인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은 지난달 25일부터 연 4%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 2일엔 연 4.282%로 2011년 8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코픽스가 오르면 당장 16일부터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6% 후반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