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발 매도, 어디까지…다시 오르는 유가, 왜?
29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주요 지수는 0.3~0.7% 수준의 내림세로 출발했고 장 중 1% 넘게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57%, S&P500 지수는 0.67% 떨어졌고 나스닥은 1.02% 내리면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오후 1시 45분께 잠깐 플러스로 반전되기도 했지만 몇 분 견디질 못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발 매도, 어디까지…다시 오르는 유가, 왜?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의 발언엔 집중해야 할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① 현재 '약간의 고통'을 가져올 '인플레이션 감소의 불행한 비용'을 언급하면서 물가 안정의 부재는 나중에 '훨씬 더 큰 고통'을 의미한다고 말함 →고통이 있을 것
② '성공적 볼커 디스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한 '장기간의 매우 제약적인 통화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높은 금리를 장기간 유지
③ 성장에 대한 하방 위험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고 주로 인플레이션에만 초점을 맞춘 것→성장 위험 감수

골드만삭스는 이 모든 것은 Fed가 내년에 금리 인하로 선회할 것이라는 투자자 희망에 찬 물을 끼얹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생긴 투자자들의 깊은 상처에 오늘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의 닐 캐시캐리 총재는 소금을 뿌렸습니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요일 주식 시장이 급격히 하락한 것에 대해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실제로 보고 기뻤다"라며 사람들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겠다는 우리 약속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입니다. 캐시캐리는 7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높인 뒤 시장이 반등한 것을 지적하면서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려는 Fed의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모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알기 때문에 지난 FOMC 이후 주식 시장이 랠리를 펼치는 것을 보고 달갑지 않았다”라며 "시장이 그것을 오해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캐시캐리는 원래 Fed 내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두세 달 새 굉장한 매파로 변신했습니다. 다행인 건 그가 올해 FOMC 투표권자는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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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파적 분위기는 미 국채의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기준금리 움직임에 민감한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지난 금요일 3.391%에서 오늘 오후 4시 45분께 3.441%로 상승했습니다. 장 초반에는 3.486%까지 올라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10년물 국채 금리도 금요일 3.034%에서 이날 오후 4시 45분께 3.110%로 올랐습니다. 또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75bp가 인상될 것이란 베팅이 거의 7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의 28%에서 급등한 것입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설립자는 잭슨홀 연설에 대해 "예전 FOMC 기자회견들과 달리 낙관적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매파적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가하면서 "파월 의장이 보여준 상당한 매파적 성향을 고려할 때 9월 21일 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75bp가 아니라 1%포인트를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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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굉장히 매파적 발언이 줄줄이 나온 것도 글로벌 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잭슨홀 회의에 참여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의 이자벨 슈나벨 이사는 "경기 침체에 진입하더라도 통화 정책 정상화(금리 인상)의 길을 계속 가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ECB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때까지 '안정적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CB는 지난 7월에 금리를 50bp 인상하여 0%으로 만들었습니다. 또다시 50bp를 올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레인은 "유로 환율은 ECB의 결정에서 주요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도 말해, 50bp 이상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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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홀 여파로 달러는 오늘 아침 ICE 달러 인덱스를 기준으로 2002년 9월 이후 최고가인 109.478의 최고치까지 솟구쳤습니다. 다만 ECB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자 유로화가 상승하면서 패리티 수준을 회복하자 108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강달러가 살짝 꺾인 것은 오후 한때 주식이 살짝 플러스로 회복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의 피터 치르 전략가는 "지난 금요일 시장 반응이 다소 컸기 때문에 약간 반등할 수 있지만 9월에는 양적 긴축(QT)이 확대되고 데이터에 들어 있는 리스크(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것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를 고려하면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라며 "특히 잭슨홀 회의 이후 더 '나쁜 뉴스는 좋은 뉴스'로 해석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털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금요일부터 나타난 공격적이고 끈질긴 매도세가 줄어들고 있지만 진정한 매수 수요는 많지 않다. 심지어 강세론자들도 다시 시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번 주 주요 거시 이벤트(수요일 중국 구매관리자지수 PMI 및 유로존 소비자물가 CPI, 금요일 미국 고용보고서 포함) 등을 보고 가길 원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늦여름의 줄어든 거래량과 시장 참여도는 거래 환경을 평소보다 훨씬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으며, 9월의 끔찍한 계절성은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발 매도, 어디까지…다시 오르는 유가, 왜?
9월에는 미국에서 각종 콘퍼런스가 많습니다. 이런 콘퍼런스에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임원들이 참석해 여러 가지를 설명하는데 올해 목표한 실적을 맞출 수 있을지 털어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올해는 기업 실적에 관한 관심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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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 의장의 금요일 발언으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시장의 가장 큰 위험은 여전히 기업 이익이라면서 "앞으로 주가는 기업들의 이익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2022년 상반기 주식 약세의 대부분은 Fed와 긴축적 금융 여건 때문이었지만 하반기 실적은 궁극적으로 내년 실적 기대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2분기 어닝시즌을 분석하면 수익성이 분명히 악화하였고 △이는 이제 막 시작되는 추세이며 △월가의 내년 기업 실적 추정치는 여전히 너무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2분기 어닝시즌은 '두려워했던 것보다 낫다'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2분기 S&P500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8.8%에 달합니다. 인플레이션과 Fed의 긴축, 경기 둔화, 전쟁 등을 생각하면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윌슨은 "주가가 비싸고 이익이 약하면 '두려워하는 것보다 낫다'고 해서 무언가에 투자하는 좋은 이유는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 주식의 위험 프리미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의 최저로 떨어졌는데 S&P500 주가수익비율은 17.1배에 달해 자신들이 보기에 15%가량 높다"라며 "근본적으로 지금 미국 주식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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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CIO도 "파월 의장이 사용한 '고통이 있을 것' 의도적으로' '강제적으로' '강하게 주의해야 한다'는 등의 단어는 의도를 갖지 않고는 사용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단어를 넣은 것은 높은 금리와 대차대조표 축소가 더 오래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는 시장 유동성을 줄어들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현재 P/E가 6월 저점에서 15배 수준에서 다시 17.5배로 상승했지만, 다시 하락할 것을 의미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이지 CIO는 "이는 달러 강세를 의미하며 자본 접근성과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이는 또한 높은 자본 비용과 결국 더 느린 성장을 나타낸다. 모든 것이 기업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월가 컨센서스는 내년 약간의 이익 성장을 추정하지만, 내년에 이익은 감소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는 포트폴리오 구성 관점에서 더 많은 방어책이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우리는 경계하고 있고,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시점에서 다각화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여전히 'Fed의 내년 비둘기 전환(pivot)'을 믿는 비둘기파들도 많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전략가는 "시장은 내년 초 최종 기준금리가 3.75~4%에 도달한 뒤 2023년 말에는 25bp의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특이한 경로가 아니다. Fed는 이전에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한 뒤 3개월 내에 내린 적이 많다. 평균적으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한 뒤 금리 인하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9.5개월"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건 스위버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조기 전환에 대한 아이디어를 퇴치했지만, 여전히 Fed가 내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경제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어 Fed가 나서야할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해설가는 "앞으로 Fed가 몇 달 안에 마지막으로 25bp를 올린 뒤 금리 인상을 완료하게 될 것이다. 파월 의장의 메시지가 뭐였던 간에 말이다. 시장은 지금 인플레이션 수치 자체의 경로를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달에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파월이 앞으로 몇 달 안에 말할 것, 그리고 Fed가 할 것에 근거해서 매매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이에 협조한다면 지난 6월의 저점이 바닥으로 지켜지고 강세장이 이어지는 강세장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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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욕 증시에서는 엑슨모빌이 2.3% 오르는 등 에너지 주가 급등했습니다.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3.95달러(4.2%) 상승한 배럴당 97.01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 7월 29일 이후 한 달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산유국인 리비아에서 정정 불안에 따른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해 공급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리비아는 하루 평균 120만 배럴가량을 생산해왔는데, 반정부 시위 등으로 생산량이 하루 10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던 전례가 있습니다. 또 9월 5일 열리는 OPEC+ 정례 회의에서 감산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른 감산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보고서에서 "빡빡한 시장 공급량이 원유 가격을 뒷받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유가가 오른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희망이 불확실해질 수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발 매도, 어디까지…다시 오르는 유가, 왜?
또 아메리칸항공 -1.67% 내리는 등 항공주가 급락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주 항공권 판매량을 분석한 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8월 21일 주에 비해 23.6%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직전 주의 -9.3%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런 약한 수요가 1, 2주 동안 반전되지 않으면 근본적 수요 문제로 이어지고 3분기 전망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복 여행 수요는 끝나고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반적으로 애플(-1.37%) 마이크로소프트(-1.07%) 등 빅테크와 엔비디아(-2.82%) AMD(-2.95%) 등 반도체주를 포함한 기술주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캠벨 수프, 클로락스 등 경기 방어업종이 상대적 강세를 띠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오늘 증시에서는 전형적인 약세장의 모습이 나타났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