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법원의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 이후 이준석 전 대표는 공개적 관련 언급을 자제한 채 외곽 여론전을 이어갔다.

앞서 지난 23일 이 전 대표가 재판부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 내용이 유출되자 하루에도 수차례씩 페이스북에 '셀프 유출, 셀프 격앙'이라는 등의 글을 올리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과 대조된다.

자신과 가까운 당내 인사들이 지원사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단 숨을 고르며 향후 당의 후속 행보에 따라 구체적 대응 수위를 정해나가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원총회 자체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총의로 모인 것이기 때문에 가처분 등을 낼 순 없다"면서도 "비대위를 열어 당헌당규 개정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아니냐, 그런데 그거 다 효력이 없는 행위를 하는 거다, 또 가처분 걸면 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가 당헌 개정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당헌당규에 명시된 게 없다"면서 '비대위원에게도 (가처분 신청을) 걸 수 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그래야한다"고 답했다.

또 현재 법원의 판단에 따라 비대위원장이 공석인 점을 지적하며 "비대위원장이 없으니 (당헌당규 개정을) 전국위원회로 넘길 권한이 비대위에 없다"면서 "결국 비상상황을 선포하지 않은, 최고위 체제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가처분 결정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자신의 근황을 일부 알리는가 하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대한 우회적 때리기도 이어갔다.

그는 이날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을 희화화 한 포스터를 언론 등 주변에 공유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된 것으로 알려진 이 포스터 상단에는 '인민무력당'이라고 적혀있고, 그 밑에 '온 겨레가 민족자주의 기치 밑에 하나로 굳게 뭉쳐 부국번영하는 통일강국을 일떠세우자!'고 돼있다.

권 원내대표와 장 의원이 붉은 색 바탕에 흰 글씨로 '윤리위'라고 적힌 책을 한 손씩 받쳐 들고 있는 그림이다.

이 전 대표는 지역 주민들과의 스킨십을 넓혀가며 물밑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필요에 따라 전국 어느 방향으로든 당원을 만나러 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 인용 다음날인 전날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 중앙광장에서 열린 '대구 북구 떡볶이 페스티벌'에 깜짝 등장해 시민들을 만났다.

이 전 대표는 환한 얼굴로 시민들과 떡볶이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이 지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 언론인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추석 성묘차 TK를 와야 했다, 대구·구미·안동을 들르며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칠곡에 왔다.

현대공원묘지에 계신 증조할아버지, 큰할아버지 그리고 청구공원묘지에 계신 할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께 오랜만에 추석을 앞두고 인사를 올렸다"며 "오랜 세월 집안이 터전 잡고 살아왔던 칠곡에 머무르면서 책 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6일에는 페이스북으로 "당원 가입 하기 좋은 금요일 저녁이다, 보수정당은 여러분의 참여로 바꿀 수 있다, 딱 한 분 모자란다"며 당원 가입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당분간 칠곡에 머무를 것"이라며 "당분간 방송에도 안 나올 것"이라고 했다.

DJY@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