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유니클로마저…"마땅한 후계자가 없다" 초비상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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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업들 '후계자 리스크'에 떤다
소프트뱅크·유니클로 '초비상'
'삼고초려' 세키 준 일본전산 사장 퇴임
78세 나가모리 회장 후계자 4번째 퇴장
"60대에 물러날 것" 손정의, 41년째 CEO
측근들은 "죽을 때까지 경영할 것"
73세 유니클로 회장 "아들 승계는 글쎄"
소프트뱅크·유니클로 '초비상'
'삼고초려' 세키 준 일본전산 사장 퇴임
78세 나가모리 회장 후계자 4번째 퇴장
"60대에 물러날 것" 손정의, 41년째 CEO
측근들은 "죽을 때까지 경영할 것"
73세 유니클로 회장 "아들 승계는 글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과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 세계 최대 모터회사 일본전산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창업자가 이미 고령에 접어들었지만 마땅한 후계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본 미디어들은 일본전산 창업자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후계자 세키 준 일본전산 사장이 회사를 떠난다고 26일 보도했다.
닛산자동차 임원 출신인 세키 사장은 나가모리 회장이 2020년 삼고초려 끝에 사장으로 역임한 인물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작년 6월 "빠른 판단력과 인격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적합하다"며 세키 사장에게 CEO 자리를 물려줬다.
하지만 1년도 안된 지난 4월 나가모리 회장은 세키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강등시키고 본인이 직접 CEO로 복귀했다. 실적과 주가 부진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2021년 6월 1만2000엔대였던 일본전산 주가는 2022년 4월 8000엔대로 떨어졌다. 2021년 순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세키 사장이 담당한 차량용 모터 사업은 원자재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적자를 냈다. 지난 6월 실적 발표회에서 나가모리 회장은 "도망가지 않는 한 세키 사장을 CEO 후계자로 키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차량용 모터 사업이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세키 사장이 도망갈 수 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나가모리 회장이 일본전산의 후계자로 영입했다가 내친 경영인은 4명으로 늘었다. 2013년 구레 분세이 전 칼소닉칸세이(현 말레리) 사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지만 2015년 퇴사했다. 2014년에는 가타야마 미키오 전 샤프 사장을 영입했지만 2021년 물러났다. 2015년 닛산에서 영입한 요시모토 히로유키는 2018년 사장에 취임했지만 2년을 버티지 못하고 2020년 퇴임했다.
세키 사장의 퇴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 일본전산 주가는 3% 이상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78세인 나가모리 회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일본전산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그룹과 유니클로도 후계자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1981년 창업 이후 41년째 CEO를 맡고 있다. 올해 64세인 손 회장은 그동안 "60대가 되면 후계자에게 회사를 물려줄 것"이라고 말해 왔다. 2015년 구글 출신인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지만 그는 2년을 못채우고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에는 창업 공신인 부사장들도 잇따라 퇴임했다. 손 회장은 작년 6월 주주총회에서 "부사장은 후계자와 직접 관련이 없다"며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자를 포함해 다양한 후보 가운데 후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70대 이후에도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욕을 비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손 회장이 아로라 부사장 이후 '괜찮은 사람이 없다'라고 느끼는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출장이 줄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감소한 만큼 죽을 때까지 경영하겠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73세인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의 후계자도 미정이다. 야나이 회장은 50대였던 2002년 사장 자리를 다마쓰카 겐이치 현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실적 악화로 3년 뒤인 2005년 9월 CEO에 복귀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패스트리테일링을 이끌며 매출 2조엔이 넘는 글로벌 의류회사로 성장시켰다.
패스트리테일링에는 외국계 증권사를 거친 장남 야나이 가즈미와 종합상사 출신인 차남 야나이 고지가 임원을 맡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2019년 8월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영권 세습으로는 기업이 잘 굴러가지 않는다"며 아들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계자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은 자신의 대에 세계적인 대기업을 일군 '카리스마 경영인'이 이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가타 다카히토 류쓰과학대학 특임교수는 "카리스마 경영인들이 자신과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다 보니 후계자 선별에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 미디어들은 일본전산 창업자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후계자 세키 준 일본전산 사장이 회사를 떠난다고 26일 보도했다.
닛산자동차 임원 출신인 세키 사장은 나가모리 회장이 2020년 삼고초려 끝에 사장으로 역임한 인물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작년 6월 "빠른 판단력과 인격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적합하다"며 세키 사장에게 CEO 자리를 물려줬다.
하지만 1년도 안된 지난 4월 나가모리 회장은 세키 사장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강등시키고 본인이 직접 CEO로 복귀했다. 실적과 주가 부진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2021년 6월 1만2000엔대였던 일본전산 주가는 2022년 4월 8000엔대로 떨어졌다. 2021년 순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세키 사장이 담당한 차량용 모터 사업은 원자재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적자를 냈다. 지난 6월 실적 발표회에서 나가모리 회장은 "도망가지 않는 한 세키 사장을 CEO 후계자로 키울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차량용 모터 사업이 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내면서 세키 사장이 도망갈 수 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나가모리 회장이 일본전산의 후계자로 영입했다가 내친 경영인은 4명으로 늘었다. 2013년 구레 분세이 전 칼소닉칸세이(현 말레리) 사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지만 2015년 퇴사했다. 2014년에는 가타야마 미키오 전 샤프 사장을 영입했지만 2021년 물러났다. 2015년 닛산에서 영입한 요시모토 히로유키는 2018년 사장에 취임했지만 2년을 버티지 못하고 2020년 퇴임했다.
세키 사장의 퇴임 소식이 전해진 지난 25일 일본전산 주가는 3% 이상 급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78세인 나가모리 회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일본전산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그룹과 유니클로도 후계자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1981년 창업 이후 41년째 CEO를 맡고 있다. 올해 64세인 손 회장은 그동안 "60대가 되면 후계자에게 회사를 물려줄 것"이라고 말해 왔다. 2015년 구글 출신인 니케시 아로라 부사장을 후계자로 지목했지만 그는 2년을 못채우고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에는 창업 공신인 부사장들도 잇따라 퇴임했다. 손 회장은 작년 6월 주주총회에서 "부사장은 후계자와 직접 관련이 없다"며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자를 포함해 다양한 후보 가운데 후계자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70대 이후에도 인공지능(AI) 관련 투자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욕을 비치기도 했다.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손 회장이 아로라 부사장 이후 '괜찮은 사람이 없다'라고 느끼는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출장이 줄면서 체력적인 부담도 감소한 만큼 죽을 때까지 경영하겠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73세인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의 후계자도 미정이다. 야나이 회장은 50대였던 2002년 사장 자리를 다마쓰카 겐이치 현 롯데홀딩스 사장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실적 악화로 3년 뒤인 2005년 9월 CEO에 복귀했다. 이후 20년 가까이 패스트리테일링을 이끌며 매출 2조엔이 넘는 글로벌 의류회사로 성장시켰다.
패스트리테일링에는 외국계 증권사를 거친 장남 야나이 가즈미와 종합상사 출신인 차남 야나이 고지가 임원을 맡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2019년 8월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경영권 세습으로는 기업이 잘 굴러가지 않는다"며 아들들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후계자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은 자신의 대에 세계적인 대기업을 일군 '카리스마 경영인'이 이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가타 다카히토 류쓰과학대학 특임교수는 "카리스마 경영인들이 자신과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다 보니 후계자 선별에 어려움을 겪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