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푼도 아닌데…" 대작 영화 참패하고 속편 흥행하는 이유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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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한국 텐트폴 영화 줄줄이 흥행 참패
코미디 장르·속편 의외의 인기
"관람료 비싸 선택 신중해져…보장된 스토리 선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한국 텐트폴 영화 줄줄이 흥행 참패
코미디 장르·속편 의외의 인기
"관람료 비싸 선택 신중해져…보장된 스토리 선호"
"요즘 극장 가는 게 쉽지 않잖아요. 가격도 많이 올라서 부담스럽고요. 그래도 한국 영화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배우 라미란은 최근 진행한 영화 '정직한 후보2'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극 중 거짓말을 못 하는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영화 값을 직접 언급한 그를 향해 행사 진행을 맡은 박경림은 "솔직하다"고 반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오프라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상반기 극장가는 활기를 되찾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관객 수는 4494만명으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상반기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해(2492만명)와 비교해 124.4% 늘었다. 매출액은 45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1% 증가했다. 한국 영화 매출액은 2256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1911억원)와 비교해 무려 554.2%나 증가했다.
극장의 부활과 맞물려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이 시작되면서 각종 텐트폴(유명 감독, 배우,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 흥행을 겨냥한 상업 영화) 영화가 줄줄이 개봉했다.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면서 한국 대작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4강 구도로 여겨지던 '외계+인' 1부, '한산 :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까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한산' 684만명, '헌트' 335만명, '비상선언' 203만명, '외계+인' 153만명이다. 천만 관객을 노린 텐트폴 영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그 가운데 의외의 성적을 거두는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육사오'는 개봉 당일에 이어 25일에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우연히 1등 로또를 손에 쥐게 된 말년 병장이 이 로또를 두고 북한군과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장르다. 쟁쟁한 대작들 사이에서 가벼운 소재의 코미디 영화가 예상을 뒤엎고 흥행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심적으로 지쳐온 관객들이 묵직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품보다는 웃으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텐트폴 영화가 쏟아지면서 대형 배급사가 일제히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참패하는 형국"이라며 "관객들이 무게감을 덜고 말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 '범죄도시2'가 '속편은 전작을 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기존의 아성을 넘어섰을 때부터 감지할 수 있었던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속편의 흥행도 주목할 만하다. '범죄도시2'는 물론 '탑건: 매버릭', '미니언즈2'까지 속편이 한국 대작 영화들의 복병이 됐다. '탑건'은 주요 한국 작품들을 다 넘어서고 79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미니언즈2'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22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른 영화들을 위협했다. '공조2', '정직한 후보2'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 관객들이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고 있고, 속편이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들의 스코어를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조2'의 이석훈 감독은 "속편이 전작보다 못하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그렇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전작의 성공에 너무 기대서 캐릭터를 재반복하고 소모해서가 아닌가 싶더라. 관객들이 기대하는 익숙함에 생각하지 못한 새로움까지 가미해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정직한 후보2'의 장유정 감독 또한 "'2편이니까 어떤 부분은 수월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걸 다 깨는 현장이었다. 고민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하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어떤 걸 계승하고, 또 어떤 것에서 새롭게 나아갈지 고민했다"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을 명쾌하게 제시하되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뒤꿈치를 꾹꾹 눌러 담고 싶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속편의 인기 요인으로는 높아진 영화 티켓값도 언급된다. 영화 티켓 가격은 지난 2년간 세 차례 올랐다. 2020년 상반기 1만1000원이던 성인 주중 일반2D 관람료는 현재 1만4000원, 1만2000원이었던 주말 일반2D 관람료는 1만5000원이다. 4DX, ScreenX 등 특별관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가격은 2만원을 넘어간다. 조조할인 시간에도 관람료는 1만원대다.
영화 마니아인 30대 여성 A씨는 "조조 시간대를 이용해 영화를 보러 가도 이제는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관람료가 비싸다 보니, 리뷰를 더 꼼꼼하게 보고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은 선뜻 선택하기가 어렵더라. 오히려 스토리가 보장된 작품의 속편을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화 애호가 B씨는 "예전에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했는데, 이제는 실제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이 제1의 기준이 됐다. 영화 값이 한, 두푼도 아니고 특별관은 1인당 2만원이 넘어가는 상태에서 돈을 낭비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배우 라미란은 최근 진행한 영화 '정직한 후보2'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극 중 거짓말을 못 하는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영화 값을 직접 언급한 그를 향해 행사 진행을 맡은 박경림은 "솔직하다"고 반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오프라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상반기 극장가는 활기를 되찾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관객 수는 4494만명으로,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상반기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해(2492만명)와 비교해 124.4% 늘었다. 매출액은 452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1% 증가했다. 한국 영화 매출액은 2256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1911억원)와 비교해 무려 554.2%나 증가했다.
극장의 부활과 맞물려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이 시작되면서 각종 텐트폴(유명 감독, 배우, 대규모 자본이 투입돼 흥행을 겨냥한 상업 영화) 영화가 줄줄이 개봉했다.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리면서 한국 대작 영화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하지만 4강 구도로 여겨지던 '외계+인' 1부, '한산 :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까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한산' 684만명, '헌트' 335만명, '비상선언' 203만명, '외계+인' 153만명이다. 천만 관객을 노린 텐트폴 영화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그 가운데 의외의 성적을 거두는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육사오'는 개봉 당일에 이어 25일에도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 작품은 우연히 1등 로또를 손에 쥐게 된 말년 병장이 이 로또를 두고 북한군과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장르다. 쟁쟁한 대작들 사이에서 가벼운 소재의 코미디 영화가 예상을 뒤엎고 흥행에 시동을 건 셈이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심적으로 지쳐온 관객들이 묵직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품보다는 웃으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텐트폴 영화가 쏟아지면서 대형 배급사가 일제히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참패하는 형국"이라며 "관객들이 무게감을 덜고 말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 '범죄도시2'가 '속편은 전작을 넘지 못한다'는 징크스를 깨고 기존의 아성을 넘어섰을 때부터 감지할 수 있었던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속편의 흥행도 주목할 만하다. '범죄도시2'는 물론 '탑건: 매버릭', '미니언즈2'까지 속편이 한국 대작 영화들의 복병이 됐다. '탑건'은 주요 한국 작품들을 다 넘어서고 79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미니언즈2'도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22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른 영화들을 위협했다. '공조2', '정직한 후보2'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 관객들이 코미디 장르를 선호하고 있고, 속편이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들의 스코어를 긍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공조2'의 이석훈 감독은 "속편이 전작보다 못하다는 징크스가 있는데, 그렇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니 전작의 성공에 너무 기대서 캐릭터를 재반복하고 소모해서가 아닌가 싶더라. 관객들이 기대하는 익숙함에 생각하지 못한 새로움까지 가미해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정직한 후보2'의 장유정 감독 또한 "'2편이니까 어떤 부분은 수월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걸 다 깨는 현장이었다. 고민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하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어떤 걸 계승하고, 또 어떤 것에서 새롭게 나아갈지 고민했다"면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성을 명쾌하게 제시하되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뒤꿈치를 꾹꾹 눌러 담고 싶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속편의 인기 요인으로는 높아진 영화 티켓값도 언급된다. 영화 티켓 가격은 지난 2년간 세 차례 올랐다. 2020년 상반기 1만1000원이던 성인 주중 일반2D 관람료는 현재 1만4000원, 1만2000원이었던 주말 일반2D 관람료는 1만5000원이다. 4DX, ScreenX 등 특별관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가격은 2만원을 넘어간다. 조조할인 시간에도 관람료는 1만원대다.
영화 마니아인 30대 여성 A씨는 "조조 시간대를 이용해 영화를 보러 가도 이제는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서 "관람료가 비싸다 보니, 리뷰를 더 꼼꼼하게 보고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은 선뜻 선택하기가 어렵더라. 오히려 스토리가 보장된 작품의 속편을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화 애호가 B씨는 "예전에는 배우를 보고 영화를 선택했는데, 이제는 실제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이 제1의 기준이 됐다. 영화 값이 한, 두푼도 아니고 특별관은 1인당 2만원이 넘어가는 상태에서 돈을 낭비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