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한 시중은행에서 연 3% 금리로 4억원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을 받은 직장인 우모씨(42)는 이달 연 5%까지 뛴 이자율을 보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월 168만원이던 대출 원리금이 214만원으로 46만원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영끌족' 1인당 대출 年이자 1년 만에 129만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1년 새 기준금리가 연 0.5%에서 연 2.5%로 2%포인트나 뛰었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만큼만 올라도 불어난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자산시장에 뛰어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과 ‘빚투(빚내서 투자)족’의 이자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인상 여파로 상단 금리가 연 6%를 돌파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7%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무보증 AAA) 5년물 금리도 지난주보다 0.2%포인트 상승해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6만1000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1년간 기준금리 2%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128만8000원에 이른다. 한은의 올해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는 두 차례(10·11월)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한은이 두 번의 금통위에서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해 연말엔 기준금리를 연 3%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올해 말엔 1인당 연간 이자 부담 증가액이 161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금리가 연 7% 수준까지 오르면 최저 생계비를 빼고 대출 원리금을 갚기 힘든 사람이 19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은행들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하나은행은 26일부터 주요 수신상품 26종(예금 8종, 적금 18종)의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한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부터 48개 예·적금 금리를 최고 0.5%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국민·신한·농협은행도 오는 29일부터 주요 예·적금 기본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올린다.

하지만 은행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대출 재원으로 쓰는 자금의 조달 비용을 지수화한 코픽스도 동반 상승해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게 된다. 지난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0%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