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액 연봉의 대명사로 떠올랐던 ‘개발자’ 채용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억대의 스톡옵션과 사이닝 보너스 등 실력있는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 IT 기업들이 내걸었던 파격적 조건은 이제 쉽사리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과도한 인건비 지출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엔데믹과 경기 위축 조짐에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겁니다.

자세한 내용 IT바이오부 임동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최근 마무리됐는데요.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에 인건비가 크게 작용했었죠?

<기자>

네이버는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0.2% 늘어나는데 그쳤고, 영업이익률은 3.7%포인트 줄었는데요.

같은 기간 인건비는 11.7% 증가했습니다.

카카오의 경우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는데 인건비가 4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임업계를 보면 넷마블은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는데, 인건비는 22.7% 증가했고요.

위메이드의 경우 244%나 증가한 인건비가 대규모 영업손실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인력에 대규모 투자를 했지만 그만큼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겁니다.

<앵커>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너무 과도하게 인건비를 쓰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시장에 나오고 있습니다.

한계를 느낀 기업들도 이제 인력 투자에 제동을 걸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이버의 김남선 CFO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인건비 증가 속도를 감속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30% 줄인다는 방침입니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당분간 인력 증가는 제한할 계획이라며 인건비는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엔씨소프트 역시 현재 인력 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는데요.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3분기 특별한 인력 변화가 있진 않을 것 같다며 현재 인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글로벌 빅테크들 역시 인력 조정에 나선 상황이죠?

<기자>

애플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들은 최근 상당 수 직원들을 해고 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공식적 정리해고는 2017년 이후 5년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의 거대 IT 기업들 역시 올해 직원들을 대거 내보냈는데요.

실적 부진도 문제지만 앞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선겁니다.

<앵커>

하지만 특히 IT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해서 내놓으려면 새로운 개발 인력이 계속 필요하잖아요?

이 수요를 채워주지 않으면 결국 업계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그동안 개발자의 경우 새로운 프로젝트 마다 적합한 인력이 다르기도 하고 또 절대적인 수가 부족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계속 채용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계속 고액 연봉을 주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데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시간은 조금 더 걸리더라도 스스로 육성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고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고영욱 기자>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오는 10월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직접 육성합니다.

카이스트와 협력으로 만들어진 교육과정 이름은 '크래프톤 정글'.

다섯 달간 합숙 훈련 과정으로 컴퓨터공학의 기초부터 탄탄히 다진 뒤 당장 현업에 투입할 수준까지 역량을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이 과정에는 크래프톤을 비롯해 굴지의 IT기업 현직자들이 멘토로 참여하는데 수료생은 최우선 영입 대상이 됩니다.

[김정한 / 크래프톤 정글 원장 : 매주 팀 단위로 과제를 수행하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객을 만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제로 개발하고 협력사들의 멘토 분들이 다양한 형태의 현업에 필요한 기술이라든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를 주고 함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

개발자 인력을 직접 육성하는 움직임은 산업계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삼성과 LG, SK 등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대학원이나 아카데미는 이른바 개발자 사관학교입니다.

이곳 수료생들은 삼성전자나 네이버, 쿠팡, LG CNS 등 산업계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재교육을 통해 기존 직원들을 개발자로 탈바꿈 시키기도 합니다.

KT의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영업, 마케팅 등을 담당했어도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개발자로 직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카카오도 경력직 개발자를 클라우드 개발자로 전환하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손뼉치고 이동'이란 부서이동 프로그램을 운영해 새로운 업무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 : N사나 T사. 그런 분들이 AI 인재를 엄청 뽑았었어요. 엄청 뽑을 때, 뽑은 사람이 또 이직을 하려고 그러면 이제 연봉을 높여 줘야 되잖아요. 연봉을 높여주고, 상대편에서 연봉을 또 높이면 또 높입니다. 더 이상 연봉은 여기까지. 우리는 이제부터 내부적으로 교육을 하겠다. ]

개발자 연봉 인상으로 인력을 뺏는데 한계를 절감한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육성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경제TV 고영욱입니다.

<앵커>

그동안 개발자 채용에 적극적이었던 대형 IT·플랫폼 기업들이 한 발 물러서게 되면 아무래도 중소중견기업들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일 수 있을까요?

<기자>

얼마 전 한 메타버스 전문기업의 대표를 만났는데요.

그 대표는 개발자를 키워놓으면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봉 수준을 똑같이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안뺏기는게 중요하다. 이같은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인 플랫폼, 게임 기업 뿐 아니라 핀테크, 유통, 제조 기업에까지 개발자들의 수요가 상당한 상황인데요.

IT 공룡들이 개발자 흡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중소중견 기업들은 이번 하반기가 실력있는 개발자를 뽑을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이처럼 개발자 연봉이 치솟은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기업들이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체적으로 인력을 키우고 또 많은 개발자들을 시장에 진출시킨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
'고액연봉' 개발자 흡수 한계…육성 눈 돌린 빅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