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 성향 NDTV 지분 55% 확보 나서…모디 총리와 가까운 사이
印재벌 아다니, 유력매체 적대적 인수 추진…언론자유 침해 논란
아시아 최고 부호인 인도 아다니 그룹 회장 가우탐 아다니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던 유력 매체 '뉴델리 텔레비전'(NDTV) 인수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아다니 회장이 NDTV를 장악할 경우 정부 비판 목소리가 약해지는 등 언론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인도 매체에 따르면 아다니 그룹의 관계사는 NDTV의 투자사에 대한 금융 관련 권리를 활용해 NDTV 지분 29.2%를 확보할 예정이다.

인도 규정에 따라 이에 대한 연관 조치로 아다니 그룹은 공개 제안을 통해 추가 지분 26%도 매입할 수 있다.

계획이 성사되면 NDTV의 지분 55% 이상은 아다니 그룹으로 넘어가게 된다.

아다니 그룹의 임원인 산자이 푸갈리아는 전날 성명을 통해 "NDTV는 우리의 비전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송 매체이자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다니 그룹 측의 이같은 인수 추진은 NDTV의 동의 없이 진행됐다.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시도된 셈이다.

NDTV는 전날 성명을 내고 아다니 그룹 측의 이번 움직임은 NDTV 창업자들과의 대화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실행됐다고 밝혔다.

NDTV는 1988년 유명 언론인인 프란노이 로이와 그의 아내 라디카 로이에 의해 설립됐다.

영어·힌디어 TV 뉴스 채널과 비즈니스 채널 등을 운영한다.

NDTV 측은 로이 부부는 개인 소유와 관계사를 통해 NDTV의 지분 61.45%를 여전히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NDTV는 인도 언론 상당수가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드러내는 가운데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소수의 메이저 언론사로 꼽힌다.

아다니 그룹의 NDTV 인수 추진에 야권 등에서는 즉각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펀자브주 전 교육·체육부 장관인 프라가트 싱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다니 그룹이 신뢰 가능한 인도의 마지막 뉴스 채널 중 하나인 NDTV를 적대적으로 인수한다는 점은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롭고 공정한 뉴스·정보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작은 원자재 무역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다니는 1988년 아다니 그룹을 세우면서 인도를 대표하는 거상(巨商)으로 도약했다.

아다니 그룹은 현재 인도 최대 물류·에너지 기업으로 꼽힌다.

아다니 그룹은 항만·공항 운영 등 인프라 사업을 필두로 석탄, 가스 등 자원개발·유통과 전력 사업에 강점이 있다.

특히 아다니 그룹이 운영하는 각 공항의 이용객 수는 인도 전체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아다니 회장의 재산은 1천350억달러(약 181조원)로 세계 4위다.

5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보다 160억달러(약 21조원)가량 재산이 많다.

다만 그는 부를 일구는 과정에서 모디 총리 등 정치 지도자와 지나치게 유착했고 정실 인사와 시장 독점을 통해 비즈니스를 벌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아다니 회장과 모디 총리는 모두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출신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