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자가면역 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 치료에 효과가 있는 신물질이 개발됐다.
루푸스는 면역체계가 거의 전신에 걸쳐 조직과 장기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피부뿐 아니라 관절이나 신장, 심장 등 체내 거의 모든 부위를 공격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전신 홍반성 루푸스가 가장 대표적인 형태이다.
이 신물질은 미국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퀴브 제약회사 개발연구실의 알라리크 디크만(Alaric Dyckman) 박사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22일 보도했다.
루푸스는 톨 유사 수용체7/8[toll-like receptors (TLR) 7/8]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수용체는 바이러스의 RNA를 탐지하거나 본인의 RNA인데 이를 외부 침입자로 오인해 면역체계를 작동시키는 세포 단백질이다.
현재 쓰이고 있는 루푸스 치료제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단백질 인터페론 수용체를 차단하는 아니프롤루맙(아스트라 제네카 제약회사)과 면역세포의 일종인 B세포를 억제하는 벨리무맙(글락소 스미스 클라인 제약회사) 등 두 가지 주사제이다.
이 두 치료제는 그러나 대부분 환자의 경우 효과가 크지 않다.
이밖에 스테로이드와 다른 일반 면역억제제, 항말라리아제, 항염증제, 항응고제 등이 쓰이고 있지만, 이 약물들은 루푸스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브리스틀-마이어스 스퀴브 제약회사는 2010년부터 TLR 7/8을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저분자 물질을 찾아오던 끝에 TLR 7/8의 신호 전달(signaling)을 차단할 수 있는 적절한 대체 물질을 발견, 집중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이 대체물질의 구조를 변형시켜 다른 수용체들과의 상호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개선하며 경구 투여가 가능하게 만들어 '아피메토란'(afimetoran)이라고 명명했다.
아피메토란은 아니프롤루맙처럼 인터페론을 억제하고 벨리무맙처럼 B세포의 과잉 활성화에 의한 손상을 억제했다.
이는 경구용 아피메토란이 루푸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기존의 주사용 치료제보다 같거나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피메토란은 또 루푸스에 의한 조직 손상을 유발하는 염증 촉진성 사이토카인의 생성도 억제했다.
루푸스 모델 생쥐 실험에서는 루푸스가 시작되기 전에 루푸스 유사 증상의 발생을 억제할 뿐 아니라 루푸스 증상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피메토란은 또 루푸스로 죽기 며칠 또는 몇 주 전의 생쥐를 죽음으로부터 막는 효과도 있었다.
생쥐 실험에서는 또 아피메토란이 루푸스의 치료에 쓰이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저용량의 스테로이드를 함께 쓸 수 있다는 의미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스테로이드는 체중 증가, 골밀도 저하 등의 부작용이 있는 만큼 용량을 줄이면 부작용 감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하루 한 번 경구 투여하는 아피메토란은 1상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함께 TLR 7/8을 통한 신호 전달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현재 2상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아피메토란은 건선,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른 자가면역 질환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화학 학회(ACS: American Chemical Society) 가을 학술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