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 흉물로 방치돼 있던 거대 곡물저장고의 일부가 23일(현지시간) 또 무너져 내렸습니다.

붕괴한 곡물저장고 잔해에서는 엄청난 양의 흙먼지가 발생했고, 불꽃과 연기도 눈에 띕니다.

이 곡물창고는 2020년 8월 베이루트 항구에서 벌어진 2천700여t의 질산암모늄 폭발의 충격으로 폐허가 됐습니다.

2년 넘게 방치됐던 48m 높이의 거대 곡물창고는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의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베이루트 대폭발 참사 2주년인 지난 4일 추가로 붕괴했습니다.

이날 3차 붕괴로 이제 위태롭게 서 있는 부분은 붕괴가 시작되기 전의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나머지 부분도 곧 붕괴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레바논 정부 전문가팀에 자원해 동참한 에마뉘엘 뒤란드씨는 "3차 붕괴가 일어나기 전 구조물이 급격하게 기울어졌다"며 "기울어지는 속도가 빨라지면 조만간 나머지도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50년 전에 지은 이 곡물저장고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는 레바논에서는 곡물 수급 불안정으로 종종 빵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레바논 정부는 이런 곡물 수급 불안정을 완화하기 위해 북부 트리폴리 항구 등에 새로운 곡물 저장고를 짓기로 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