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기술의 집약체…지도로 살펴본 인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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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지리학자 김종근 박사 '지도 위의 세계사' 출간
인류가 만든 최초의 지도는 기원전 6세기경 만들어진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 점토판 지도로 거대한 세상에 질서와 구조를 부여했다.
이들은 지도를 제작해 세상의 기원에 대한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을 묘사했고, 나아가 현실 세계의 추상화도 시도했다.
지구 표면에 존재한 도시나 지역은 삼각형, 점, 글자로 표현됐다.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았을 고대인들이 어떻게 이런 지도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제작 이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역사지리학자 김종근 박사는 바빌로니아 지도가 단순히 지리 정보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당대 사람들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일종의 모식도라고 말한다.
그 지도의 역사를 좇아가다 보면 지구가 편평하다고 생각한 고대인들부터 지구가 구체임을 인식한 그리스인, 중세 기독교의 세계관을 섬세하게 표현한 헤리퍼드 마파문디, 그리스 철학과 이슬람의 과학 기술이 만나 발전된 알 이드리시의 세계 지도, 항해술·인쇄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도학의 부흥기를 만들어낸 메르카토르의 아틀라스 등 지도의 세계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저자는 인류 기술의 집약체인 고지도를 제대로 읽으려면 지도에 기재된 내용을 파악함과 동시에 지도 제작자, 제작 목적, 제작 기술, 제작 시기의 역사적 상황, 지도에 담긴 세계관 등을 함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책은 세계 지도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10장의 고지도로써 고지도 읽는 법을 알려준다.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 헤리퍼드 마파문디,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 배수의 제도육체, 마르카토르의 아틀라스,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 등이 그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서구의 지도 제작법이 유입되기 전부터 기하학을 이용한 독자적 방식으로 지도를 제작·활용했다.
지도 제작의 여섯 가지 원리를 확립한 배수의 제도육체를 기본으로 방격법, 평환법, 백리척 등의 제작법이 발전했고, 이는 조선의 지도 제작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에서 만든 동아시아 최초의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402년 제작)는 동서양을 통틀어 당대의 가장 뛰어난 지도로 인정받는다.
원나라, 명나라, 일본 등의 지리 정보가 통합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조선을 유럽에 널리 알린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는 한글 발음 방식으로 지명을 적었을 뿐 아니라 '서울'과 '독도'도 표기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서울이 'Seoul'이라는 로마자로 처음 표기됐고, 독도는 당시 명칭인 '우산도'로 쓰였다.
저자는 "책에서 다루는 고지도 10장에는 지도상에 묘사된 지리 정보와 함께 지도가 제작된 당시의 상황, 그리고 지도를 작성한 목적이 생생히 담겨 있다"며 "나아가 과거 사람들의 세계관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고지도는 지리와 역사가 만나는 지점이며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과 당시 사람들의 일상사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더불어 지도가 작성되던 시기의 학문과 과학의 수준이 드러나며, 지도를 작성한 회화와 인쇄술의 발달 정도 역시 확인해볼 수 있다.
EBS BOOKS. 304쪽. 1만7천500원.
/연합뉴스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 점토판 지도로 거대한 세상에 질서와 구조를 부여했다.
이들은 지도를 제작해 세상의 기원에 대한 상징적이고 신화적인 내용을 묘사했고, 나아가 현실 세계의 추상화도 시도했다.
지구 표면에 존재한 도시나 지역은 삼각형, 점, 글자로 표현됐다.
지역 간 이동이 쉽지 않았을 고대인들이 어떻게 이런 지도를 만들었을까? 그리고 제작 이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역사지리학자 김종근 박사는 바빌로니아 지도가 단순히 지리 정보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당대 사람들의 우주관을 보여주는 일종의 모식도라고 말한다.
그 지도의 역사를 좇아가다 보면 지구가 편평하다고 생각한 고대인들부터 지구가 구체임을 인식한 그리스인, 중세 기독교의 세계관을 섬세하게 표현한 헤리퍼드 마파문디, 그리스 철학과 이슬람의 과학 기술이 만나 발전된 알 이드리시의 세계 지도, 항해술·인쇄술의 발달에 힘입어 지도학의 부흥기를 만들어낸 메르카토르의 아틀라스 등 지도의 세계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저자는 인류 기술의 집약체인 고지도를 제대로 읽으려면 지도에 기재된 내용을 파악함과 동시에 지도 제작자, 제작 목적, 제작 기술, 제작 시기의 역사적 상황, 지도에 담긴 세계관 등을 함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책은 세계 지도사에서 중요하게 평가받는 10장의 고지도로써 고지도 읽는 법을 알려준다.
바빌로니아의 세계지도, 프톨레마이오스의 세계지도, 헤리퍼드 마파문디,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 배수의 제도육체, 마르카토르의 아틀라스, 카시니의 프랑스 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김대건의 조선전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 등이 그것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서구의 지도 제작법이 유입되기 전부터 기하학을 이용한 독자적 방식으로 지도를 제작·활용했다.
지도 제작의 여섯 가지 원리를 확립한 배수의 제도육체를 기본으로 방격법, 평환법, 백리척 등의 제작법이 발전했고, 이는 조선의 지도 제작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선에서 만든 동아시아 최초의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402년 제작)는 동서양을 통틀어 당대의 가장 뛰어난 지도로 인정받는다.
원나라, 명나라, 일본 등의 지리 정보가 통합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조선을 유럽에 널리 알린 김대건 신부의 조선전도는 한글 발음 방식으로 지명을 적었을 뿐 아니라 '서울'과 '독도'도 표기하고 있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서울이 'Seoul'이라는 로마자로 처음 표기됐고, 독도는 당시 명칭인 '우산도'로 쓰였다.
저자는 "책에서 다루는 고지도 10장에는 지도상에 묘사된 지리 정보와 함께 지도가 제작된 당시의 상황, 그리고 지도를 작성한 목적이 생생히 담겨 있다"며 "나아가 과거 사람들의 세계관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고지도는 지리와 역사가 만나는 지점이며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과 당시 사람들의 일상사가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더불어 지도가 작성되던 시기의 학문과 과학의 수준이 드러나며, 지도를 작성한 회화와 인쇄술의 발달 정도 역시 확인해볼 수 있다.
EBS BOOKS. 304쪽. 1만7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