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제시 '데드라인' 20일 넘겼지만…아직 기재위 문턱도 못 넘어
특례 대상자 안내·신청 차질 우려…"납세자 스스로 신고는 어려울 것"
1주택 종부세 완화안, 최대 50만명에 영향…입법미비로 혼란우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1주택자 14억원 공제, 일시적 2주택 특례 등 정부의 종부세 부담 완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서 납세자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종부세 부담 완화안에 영향을 받는 납세자는 최대 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 통과가 더 늦어지면 이들의 종부세 특례 신청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23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의 종부세 부담 완화안이 담긴 종부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은 아직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에 한해 1세대 1주택자에 종부세 특별공제 3억원을 도입해 공제 금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리고, 고령의 1세대 1주택자는 주택을 물려주거나 처분하는 시점까지 종부세 납부를 연기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1세대 1주택자가 저가의 상속주택이나 지방주택을 추가로 보유하게 된 경우, 이사 등의 목적으로 일시적 2주택이 된 경우에는 올해 종부세 부과 때부터 1주택자 혜택을 주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내용의 종부세 부담 완화안으로 세 부담이 줄어들거나 납세 방식에 따른 유불리가 달라지는 대상은 최대 50만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종부세 특별공제(3억원) 대상인 1세대 1주택자가 올해 21만4천명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는 올해 기본공제 금액에 추가로 3억원의 특별공제를 적용받아 공시가격 기준 14억원(시가 기준 약 20억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에 따라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은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가며, 특히 보유한 주택 공시가격이 11억∼14억원 구간에 속하는 9만3천명은 아예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고령자 납부유예(만 60세 이상·주택 5년 이상 보유 등 요건 충족) 대상자는 8만4천명으로 예상된다.

주택 수 제외 특례 대상 납세자는 총 10만명으로 추정된다.

일시적 2주택자 5만명, 상속주택 보유자 1만명, 공시가 3억원 이하 지방 저가주택 보유자 4만명이다.

이와 함께 주택 1채를 부부 공동명의로 보유한 공동명의자(12만8천명) 역시 종부세 부담 완화안의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현행 제도는 한 집에 주택 1채를 보유한 납세자들이 부부 공동명의나 1세대 1주택 명의 가운데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부부 공동 명의자의 경우 1인당 6억원씩 12억원의 기본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만약 정부안대로 세법이 개정되면 14억원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세대 1주택을 택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들 가운데 중복분을 제외하면 세법 개정안의 영향권에 놓인 과세자는 40만∼50만명에 달한다.

종부세 특례 신청 기간은 다음 달 16∼30일이다.

국세청은 신청 기간에 앞서 9월 6일께 특례 적용 대상자에게 안내문을 발송한다.

그러나 국회의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특례 신청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법 개정이 확정돼야 세부 내용을 규정하는 시행령, 신고 서식 등을 정하는 시행규칙을 차례로 개정하고, 대상자에게 개별 안내도 진행할 수 있다.

국세청은 앞서 종부세 특례의 원활한 적용을 위한 법 통과 '데드라인'을 이달 20일로 제시했으나 이미 이 날짜는 지나갔다.

이달 안에라도 법이 통과된다면 촉박하게라도 안내를 진행하고 특례 신청을 받을 수 있으나 준비 기간이 짧아 곳곳에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종부세 특례 신청 기간을 넘겨 법이 통과된다면 11월 말 고지서 발송 후 신고·납부 기간인 12월 1∼15일 납세자가 직접 고지 내용을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경우 개별 납세자의 신고 부담이 크게 늘고 내용을 잘 몰라 특례를 신청하지 못하거나 잘못 신청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전날 "대상자가 안내를 받지 못하면 12월 스스로 종부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재산세까지 계산해야 해 신고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