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광합성에 영감 얻어" 영국대학 연구 결실
"청정 해운업 기대…풍력·태양력과 달리 육지공간 불필요"
물에 떠서 청정에너지 만드는 '인공 이파리' 개발
식물처럼 햇빛을 받아 청정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개발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에르빈 라이즈너 교수팀은 식물의 광합성에서 영감을 받아 수면에서 햇빛과 물을 이용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인공 이파리를 개발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진은 케임브리지대학 인근 캠 강(江)에서 야외 실험을 한 결과 이 인공 이파리가 실제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것만큼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수면에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는 첫 사례다.

연구진은 앞으로 인공 이파리의 크기를 계속 키워서 바다에서도 이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들은 해운업계에서 소비하는 화석연료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 수출입의 80%는 화석연료로 구동되는 화물선으로 운송되지만 그동안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최근 풍력이나 태양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 단가가 낮아지면서 이전보다 활발히 사용된다고는 하지만 탄소중립은 아직 먼 이야기라면서 물 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 기술이 청정에너지 생산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즈너 교수팀은 3년 전인 2019년에 햇빛, 이산화탄소, 물로 각종 연료의 원료가 되는 합성가스를 만드는 인공 이파리 개발에 성공했다.

물에 떠서 청정에너지 만드는 '인공 이파리' 개발
그러나 초기 모델은 두꺼운 유리 기판으로 만들어져 물에 잘 뜨지 못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버질 안드레이 케임브리지대 유수프 하미드 화학과 교수는 당시에 "이 인공이파리는 지속가능한 연료 생산 단가를 크게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무겁고 깨질 우려가 커 생산과 운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물에 잘 뜨는 인공 이파리를 만들기 위해 다시 연구에 들어갔고 전자 기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스마트폰의 소형화 기술과 구부러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참고한 것이다.

가벼운 기판에 빛을 흡수하는 장치를 붙여 물에 젖지 않게 방수 처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연구진은 박막 금속 산화물과 페로브스카이트를 사용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유무기 하이브리드형 반도체 소재로 공정 단가가 낮고 에너지 전환 효율은 높아 태양전지 분야에서 주목 받고 있다.

결국 연구진은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두께의 발수성 탄소층으로 덮인 인공 이파리를 개발에 성공했다.

실제 식물의 잎처럼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서 인공 이파리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거나 합성 가스로 환원한다는 것이 증명됐다"면서 "이 장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필요하지만, 이번 결과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즈너 교수는 "태양력을 비롯한 다른 대체 에너지는 육지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면서 "인공 이파리는 물 위에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에너지와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론적으로는 이 장치는 둘둘 말아서 보관할 수도 있다"며 "에너지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