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아널드 RUSI 리서치 펠로우 "우크라이나, 휴전 용납 못할 것"
"러 점령지 통치 유지하기 어렵고 우크라는 반격 능력 못 갖춰"
[우크라전쟁 6개월] ⑥"제재완화·외부도움 없인 러 경제 1년 못버텨"
"휴전은 우크라이나로선 용납할 수 없는 길이며, 러시아 경제는 제재 완화나 외부 도움 없이는 1년 내 붕괴할 위험이 있다.

"
세계적 국방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드 아널드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을 맞은 시점에서 향후 상황에 관해 이렇게 내다봤다.

RUSI 유럽안보연구부의 유럽 안보 담당 리서치 펠로우인 아널드 연구원은 20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핵 관련 긴장이 고조되며 자칫하면 오판이 나올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우려했다.

아널드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냉전 종식 이후에 유럽 안보에서 가장 큰 사건이며, 수년간 정책결정에서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샌드허스트 영국 왕립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뒤 육군 보병장교로 아프가니스탄, 동아프리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 본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은 세계에 어떤 의미이며, 어떤 영향을 끼쳤나.

▲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침공은 냉전 종식 이후에 유럽 안보에서 가장 큰 사건이다.

군사 외에도 에너지, 식량 안보, 공급망 회복력 등에도 영향을 끼치고 대부분 국가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로 몰아넣었다.

이 중 상당수 국가의 유권자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느끼게 될 것이며, 이는 앞으로 수년간 정책결정을 지배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냉전 이후 처음으로 오판이 나올 수도 있는 수준으로 핵 대치 위협이 고조됐다.

-- 러시아 경제는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가스가격 급등 등에 힘입어 잘 버티는 듯하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가 불안하다는 의견도 많다.

러시아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 러시아는 제재를 잘 견뎌왔고 최근에는 석유·가스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상당한 규모의 현금이 유입되면서 경제가 강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러시아 경제는 대대적인 제재 완화나 외부 도움 없이는 앞으로 12개월 내 실제 붕괴할 위험에 놓일 것이다.

서방 제재가 효과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

[우크라전쟁 6개월] ⑥"제재완화·외부도움 없인 러 경제 1년 못버텨"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휴전할 가능성이 있을까.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될까.

▲ 우크라이나로선 어떤 휴전도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기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그렇다.

휴전을 하면 러시아군이 조직을 재건하고 현재 확보한 영토를 러시아화하는 과정을 계속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해당 지역을 수복하기 더 어려워진다.

장기 휴전은 러시아가 기존에 차지한 영토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된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의 피해 규모는.
▲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짐작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러시아 측에서 전투 중 사망자와 부상자가 많이 나왔고, 특히 최정예 부대 사상자가 많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지금 대규모 징집을 하기는 정치적으로 힘들 텐데, 징집을 하지 않고 부족한 병력을 다시 채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군에서도 사상자가 많이 나왔지만 가장 숙련된 부대는 돈바스에서 순조롭게 빠져나왔고, 이 중 일부는 영국에서 영국·캐나다·핀란드군으로부터 훈련받고 있다.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내세운 명분은 돈바스 지역 해방이다.

러시아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 러시아는 루한스크 지역을 완전히 차지했고 도네츠크 지역도 거의 그런 상황이다.

그러나 동부지역에서 러시아의 공격 능력은 이제 정점에 가까운 상태이고, 군사적 점령을 정치적 통제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이 제공한 로켓과 포 시스템으로 러시아의 후방을 공격할 수 있어서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계속 점령하고 있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할 전투력을 갖추지는 못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올해는 헤르손 주변의 남부 지역 전투에 우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전쟁 6개월] ⑥"제재완화·외부도움 없인 러 경제 1년 못버텨"
◇ RUSI는
1831년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 전쟁에서 승리하고 이후 영국 총리를 지낸 웰링턴 공작 등이 설립했다.

이후 영국이 대영제국 흥망과 2차대전, 냉전을 거치는 동안 국방 안보 관련 정책결정과 논의의 한 가운데 있었다.

최근 금융범죄, 사이버 보안, 핵 확산 등으로 영역을 확산해 2020년엔 영국에서 '올해의 싱크탱크'로 선정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정세분석 등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