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시 인민소비품 전시회 상품 대대적 홍보…"우리 기술·자재로 생산"
"이 샴푸 쓰면 머리 나요"…북한, 국산품으로 주민 지갑 열까
"머리칼 영양액(트리트먼트)과 역삼 샴푸를 함께 썼는데 아니 글쎄 빠졌던 머리칼이 다시 나오는 것이 정말 희한합니다.

"
지난 2일 평양 제1백화점에서 개막한 '평양시 인민소비품 전시회'에 참석한 북한 주민이 한 말이다.

한 노인은 전시회에 나온 "미백살결물(미백스킨)과 미백크림이 정말 좋았다"며 "노인반점(검버섯)이 다 없어졌다"고도 했다.

북한의 낙후한 의료기술을 고려하면 실제 탈모 치료제품이나 노인 검버섯을 옅게 만드는 제품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작지만, 미용 분야에서도 소비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하는 제품이 유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일 대외선전매체 '려명'은 이번 전시회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소개했다.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공개한 지난 10일자 현장 영상을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도 백화점엔 마스크를 쓴 북한 주민들로 북적였다.

전시회에는 당과·피복·신발·가방·이불·건강식품 등 1만2천여종 39만점의 상품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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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강조하는 건 이 모든 제품의 원료와 제작 기술이 순수 '국산'이라는 점이다.

평양자동화기구공장 직장장 고정혁은 전기밥가마(밥솥)와 선풍기 등을 선보이며 "우리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운 속에서도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재로 생산하기 위해 애써 노력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 주민은 "우리 기호에 맞고 우리 실정에 맞게 생산한 것들이어서 아주 편리하고 좋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도 "(출품된 것들이) 국산화된 제품이어서 생산하기가 쉽고 원료가 무진장하다"고 거들었다.

려명은 "소비품을 생산하는 모든 단위에서 우리의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제품들이 꽝꽝 쏟아져나올 때 인민들의 생활은 나날이 윤택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국산품 강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력갱생·자급자족 경제노선을 재천명하면서 생필품 양 뿐 아니라 질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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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 제품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급자족과 국산화의 부실한 이면이 드러난다.

주민들은 만성적인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중국·러시아와 무역이 중단돼 더욱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저서 '서해 5도에서 북한 쓰레기를 줍다'에서 북한에서 떠내려온 제품포장지 등 쓰레기 1천414점을 분석한 결과, 북한 식품에는 단맛을 내기 위해 설탕이 아닌 '팔월풀당'이라는 재료가 쓰이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팔월풀이란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 당분이 많이 있어 북한에서는 1970년대 말부터 사탕수수 대용작물로 재배하는데, 당류의 품질이 사탕수수에 견줘 조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북한은 올해 초 평양 송신·송화지구에 아파트를 지을 때 수입에 의존하는 유리, 새시, 변기 등 자재를 들여오지 못해 완공을 차일피일 미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1984년 8월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에 따라 폐기물과 부산물 등 재활용품으로 만드는 '8월3일 인민소비품'은 더욱 질이 낙후해 주민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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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