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새 전술…서방무기·게릴라로 보급선 기습
"러 초기부진 재연 노려"…크림반도·돈바스에 이미 작전
우크라, 러 점령지 '안전후방' 때려 반격 실마리 모색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안전한 후방으로 간주하는 점령지 내에 있는 보급선을 파괴하는 작전을 장기전의 새 핵심 전술로 꺼내 들었다.

러시아와의 정면대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가 심한 소모전으로 병력이 줄어든 난국에서 상대의 작전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반격 실마리를 잡아보려는 선택지로 관측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최근 일련의 기습작전이 이 같은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러시아군에 혼란을 일으키려는 게 목적"이라며 2∼3개월간 보급선 공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는 이달 들어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무기와 군사시설이 크게 훼손됐다.

지난 9일에는 러시아 해군이 운영하는 크림반도 내 사키 비행장에서 항공기 최소 8대가 폭발로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정예부대의 작전이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의 침공을 지탱하는 한 축인 흑해함대의 전력이 이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 러 점령지 '안전후방' 때려 반격 실마리 모색
지난 16일에도 크림반도 북부 잔코이 지역에 있는 군부대 탄약고가 폭발했다.

러시아는 "사보타주로 인한 것"이라고 밝혀 우크라이나 측의 공격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내 러시아 점령지에도 표적 기습이 이뤄지고 있다.

가디언은 러시아 용병단 와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최근 동부 점령지에서 사상할 뻔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언론의 방문사진 보도를 토대로 우크라이나군이 위치를 특정해 서방이 지원한 로켓체계로 정밀 타격했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후방 병참업무, 보급선, 탄약고,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게 우리 전략"이라며 "러시아군이 그 때문에 내부에서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전술을 통해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침공 첫 달과 같은 난국에 몰아가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러시아는 올해 2월 침공 후 수도 키이우를 노렸으나 보급선이 끊겨 진군하지 못하고 패퇴한 채 자국과 접경한 동부로 전선을 옮겼다.

우크라이나의 최근 기습이 이뤄진 크림반도, 돈바스 내 점령지는 러시아가 침공을 계속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보급기지이자 러시아에는 자국처럼 안전한 후방으로 간주됐다.

우크라, 러 점령지 '안전후방' 때려 반격 실마리 모색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전술은 전면 반격에 나설 수 없는 처지를 방증하는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소모전이던 돈바스 격전에서 많은 병력과 무기를 잃어 둘 다 총력전이 불가능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병은 많지만 실제 성과를 낼 수 있는 전투에 숙련된 장병이 대규모 사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크라이나는 빨치산, 게릴라 전술과 함께 고효율 서방무기를 새 전술에 적극 이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거리가 길고 좌표가 확인되는 대로 정밀 타격이 가능해 러시아가 파괴 대상 1순위로 삼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에 거는 기대가 크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지금 20대 정도 보유한 다연장로켓체계에 더해 50, 60, 80대를 더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유한 로켓체계 중 16대가 미국이 지원한 HIMARS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보급선 흔들기의 1차 전과로 러시아가 침공 직후 점령한 남부도시 헤르손 탈환을 기대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서방에서 지원받은 로켓으로 헤르손과 연결되는 도로, 교량을 파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 점령군에 보급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까지 헤르손을 고립시켜 반격 기회를 엿본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