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외교장관 성명 등에 적시…中관영지 "미국의 현상변경 시도"
"해당되는 경우 하나의 중국" 의미?…미중 갈등 새 불씨되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그에 대응한 중국의 고강도 무력시위 등 갈등 국면을 거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둘러싼 미중 간의 견해차가 커지는 양상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7일 '결국 누가 대만해협의 현상을 변경하나-미국은 근래 궤변으로 충만한 강도(强盜)의 논리를 들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새로운 논점을 제시했다.

인민일보는 이 글에서 미국이 일부 국가들과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에 대한 기본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언급하면서도 '하나의 중국 정책' 표현 뒤에 "적용(해당)되는 상황에서"라는 문구를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민일보는 "이는 미국이 대만 해협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또 하나의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근년 들어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공허하게 만들고 왜곡하는 방향으로 수법을 바꿨다"며 "'하나의 중국' 정책의 수식어와 주석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실사격 등 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인 지난 3일 공동성명에서 "해당되는 상황에서(where applicable)"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G7 장관들은 "우리는 중국이 지역에서 무력을 통해 일방적으로 상황을 변경하지 말고 양안(중국과 대만)의 이견을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하길 촉구한다"며 "해당되는 상황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으며, 대만에 대한 G7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일본, 호주 3국이 지난 5일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해당되는 상황에서 각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으며, 대만에 대한 호주·일본·미국의 기본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where applicable'이라는 표현은 각종 계약서 등에서 '해당사항이 있는 경우'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 보통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법 전문가는 17일 "'where applicable'은 합의문을 만들 때 일정한 예외를 허용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문구"라며 "(하나의 중국을 언급한 G7 공동성명 등의 의미는) 하나의 중국을 가능한 한 적용한다는 것이지 모든 경우에 적용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즉 미국 주도로 발표된 대만 관련 성명에서의 취지는 '예외없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다'는 정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에 이 원칙을 절대시하는 중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대만은 분리될 수 없는 일체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중국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이다.

대만 문제에 적용하면 결국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미중은 1970년대 수교 과정에서부터 합의를 이뤘고, 아직 그 합의가 파기된 상황은 아니지만,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미국과 그에 반발하며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해석을 둘러싼 간극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규정하며 고정 불변성을 강조하는 반면 미국은 '정책'으로 표현하며 정부의 판단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여지를 배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