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업계,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성장세 둔화 우려

전 세계 반도체 수요 약화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의 경기 지표 역할을 해온 한국의 수출 규모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경제활동이 둔화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가 투자 지출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통상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상황에서 증가했지만, 내년에는 반도체 공급이 수요보다 거의 2배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 수출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 6월에는 반도체 재고가 6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로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큰 몫을 차지하는 D램 수요는 내년에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인 8.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급은 14.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최근 반도체 업계의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7.4%로 대폭 내렸으며 내년에는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수출이 오랫동안 국제 무역 경기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여왔다면서 한국 수출의 부진은 지정학적 위기와 금리 상승에 직면한 세계 경제에 어려움이 더해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투자은행(IB) 나티시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IT 수출에 매우 의존적인 아시아 국가들에 반도체 시황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주문이 줄고 재고는 늘어나고 있어서 아시아 IT기업들이 오랜 재고정리 기간 속에 수익률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반도체 업계도 그간 반도체 산업의 가장 탄탄한 수요처인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의 성장세 둔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클라우드 시장이 이제까지 경기하강을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침체에 강한 업종인지가 입증이 안 된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사업 매출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빅테크(거대 IT기업)들의 광고주들마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 매출 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8%포인트 이상 떨어졌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출 증가율 역시 각각 6%포인트, 3%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로이터는 빅테크들이 경기침체에 대비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축소하면 인텔이나 AMD 같은 미국 반도체 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업계의 전망을 전했다.

"메모리 등 반도체 수요 약화로 한국 수출 감소 가능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