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250만호 공급' 발표 앞두고
지구지정 금지 조례 등 압박 나서
서울시 의회 박환희 운영위원장과 환경수자원, 문화체육관광, 도시계획공간 등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주택사업을 추진 중인 노원구 태릉골프장 인근의 태릉재실 터를 방문해 지구 지정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노원구가 지역구인 박 위원장은 “문화재와 환경 관련 법률을 근거로 지구 지정을 금지하는 조례를 만들고 서울시를 압박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공주택 건설을 막겠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은 문화재와 자연환경 보호 등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시의원들은 “이 지역 40기의 조선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며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 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토부는 태릉지구에 약 1만 가구의 주택을 지으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해 8월 주택 공급 규모를 6800가구로 줄이고 40%가량의 면적을 공원 및 녹지로 조성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럼에도 교통난과 주거 질 하락 등의 우려를 들어 주민들은 계속 반대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는 전·현직 국토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작년엔 경복궁 옆 송현동 대한항공 땅을 LH가 매입한 뒤 서울시 시유지인 서부면허시험장과 맞교환해 공공주택을 지으려던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서부면허시험장 인근의 상암동 주변 주민들이 거세가 반발하자 마포구가 협조를 거부해서다. 서울시는 결국 삼성동 서울의료원을 대체 부지로 내줬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 서울시가 10만㎡ 규모의 면허시험장 부지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용지로 개발한다고 발표했는데 공공주택 부지로 바뀌자 주민들이 반발했다”고 전했다.
국토부의 대규모 주택 공급 발표를 앞두고 광역·기초자치단체 의원들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행복주택 부지로 선정됐으나 건립이 무산된 서울 양천구 목동 유수지, 송파구의 잠실과 탄천 유수지 등 홍역을 치른 사례가 있어서다. 한 시의원은 “만약 지역구에 공공주택을 짓겠다는 계획이 다시 발표되면 삭발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