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비싼 이용료, 낮은 접근성 탓…"운영 안 하는 게 현실적"
50억 들인 통영 VR존 '애물단지' 전락…낮은 이용률에 적자 심각
경남 통영시가 50억원을 들여 조성한 가상현실(VR) 체험공간 '통영 VR존'이 관광객으로부터 외면받으면서 개장 2년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 등으로 매년 2억원 정도가 투입되지만, 연간 수익은 고작 5천만원에 그치는 형국이다.

12일 통영 VR존 운영사인 통영관광개발공사에 따르면 작년 통영 VR존 수익은 5천만원으로, 지출 1억8천800만원에 한참 못 미쳤다.

1인당 평균 1만5천원 사용액을 기준하면 1년 동안 최소 1만8천명이 방문해야 본전이라도 찾을 수 있지만, 고작 4천630명이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장 첫해인 2020년에는 3천575명이 방문해 4천100만원 상당 수익을 봤으나, 지출은 1억4천만원이 넘어 1억원 정도 적자를 냈다.

통영 VR존은 2020년 5월 개장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실내 이용시설인데다 주로 머리에 착용하는 VR 장비를 대여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구조다.

콘텐츠 수준과 비교해 이용료가 비싸 만족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VR존의 콘텐츠 1개당 이용료는 성인 8천원, 청소년 7천원, 어린이 6천원이다.

한산대첩과 통영 해저탐험 등 통영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구성했지만, 콘텐츠 1개당 소요 시간은 4∼5분 정도에 그쳐 만족도가 떨어진다.

문화동 옛 향토역사관 건물을 리모델링한 시설이라 규모가 작고 주차장 등 부대시설이 부족한데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적자가 이어지자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운영비를 절감하기 위해 현재 온라인 예약을 중단하고 전화 예약만 받아 이용자 방문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통영관광개발공사 조규용 본부장은 지난달 26일 통영시의회 업무보고에서 "통영의 역사와 문화를 풀어낸 가상현실 콘텐츠를 유료로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사 운영에 부담을 주는 현재 상태로서는 운영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영관광개발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과 겹치면서 통영 VR존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통영지역 관광지와 연계해 수요자 맞춤형 패키지를 구성하고, 지역 행사에 적극적으로 홍보해 이용객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