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맞힌 이후 변화구 제구 '흔들'…스트레스·멘털 문제 이겨내야
김광현, 올 시즌 3번째 6회 전 강판…노련함으로 이겨낸 위기
올 시즌 전반기에 압도적인 투구를 펼쳤던 SSG 랜더스의 에이스 김광현(34)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풍부한 경험과 노련함으로 어떻게든 실점을 막고 있지만, 흠잡을 데 없던 전반기와는 차이가 확연하다.

김광현은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1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 한 뒤 4-2로 앞선 6회 노경은과 교체됐다.

승리 투수 요건은 채웠지만, 경기 내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올 시즌 김광현이 6회전에 강판한 건 이번이 3번째다.

이날 김광현의 구위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시속 149㎞), 평균 시속(145㎞) 모두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주 무기 슬라이더의 평균 구속도 시속 137㎞로 괜찮았다.

문제는 커맨드였다.

변화구 제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회 2사 이후 황재균을 상대로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려 좌전 안타를 내줬고, 후속 타자 김민혁에게도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그는 3회 1사 1루에서 앤서니 알포드를 상대로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볼 배합을 펼쳤다가 볼넷을 내주기도 했다.

장성우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은 구종도 슬라이더였다.

슬라이더가 날카롭게 휘지 않자 김광현은 커브로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4회 2사 만루 위기에서 알포드를 상대로 커브 2개로 헛스윙 2개를 끌어내며 삼진을 잡았다.

노련한 볼 배합으로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투구 수가 늘어난 탓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달성에도 실패했다.

김광현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기 전인 2019년 kt에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엔 달랐다.

kt와의 천적 관계를 김광현의 부진 이유로 꼽기도 어렵다.

김광현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달 2일 KIA 타이거즈전부터다.

당시 김광현은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얼굴을 맞힌 뒤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때부터 변화구 제구가 흔들렸다.

김광현은 다음 경기였던 지난달 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7이닝 동안 무려 14개의 안타를 헌납했다.

스트레스를 받은 김광현은 지난달 14일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등판 기회를 반납하기도 했다.

당시 김원형 SSG 감독은 "김광현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스타브레이크 때 몸과 멘털을 추스른 김광현은 후반기가 시작한 뒤에도 스트레스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달 3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6이닝 동안 5개 안타와 사사구 5개를 내줬다.

김광현이 한 경기에서 사사구 5개를 기록한 건 올 시즌 처음이었다.

당시 상대 팀 선발로 나섰던 키움 안우진은 "김광현 선배의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광현의 난조는 스트레스로 인한 멘털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멘털은 스스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