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피해가 커지면서 침수 피해 지역 주민들의 건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침수 피해지역에서는 장티푸스와 이질, 콜레라 등의 세균성 감염병과 피부염 등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 당분간은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수해 복구 중 접촉성 피부염 주의해야
수해 복구 과정에서 많이 발생하는 게 피부질환이다.

집이나 가게에서 침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가재도구와 집기 등을 옮기는 과정에서 피부에 상처가 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집중 호우로 떠밀려온 물과 토사에는 각종 오염물질이나 세균이 많이 들어있어 오랫동안 작업을 하다 보면 자칫 접촉성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

접촉성 피부염은 피부가 가렵고 따가우며 발갛게 반점이 생기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심하면 이런 증상이 전신에 나타날 수도 있다.

다친 피부에는 세균이 침범해 곪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작업 중에 다치거나 긁힌 피부가 물에 노출됐다면 즉시 깨끗한 물로 씻어낸 후 스테로이드 호르몬 연고를 바르는 게 좋다.

또 피부염 예방을 위해 복구 작업을 할 때는 물에 직접 피부가 닿지 않도록 방수복이나 긴 장화를 착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현경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오염된 물과 접촉한 후 제대로 씻어내지 않고 오래 방치하면 자극성 물질들이 손상된 피부 보호 장벽을 뚫고 침투해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만약 수해복구 작업 후 가려움증이나 피부 병변이 심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중부 집중호우] 수해지역 주민들, 피부질환·식중독 주의해야
◇ 수인성 감염병 주의…물·음식 꼭 끓여 먹어야
수해 지역에서는 집단발병의 위험성이 높은 수인성 감염병의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수인성 감염병은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상한 음식물을 먹어서 생기는 이질을 비롯해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같이 열, 복통, 구토, 몸살 증상과 함께 생기는 설사병을 말한다.

수해 지역에서는 여러 종류의 오염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음식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각종 세균에 의한 감염병에 걸리기 쉽다.

이런 수인성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당분간은 물은 꼭 끓여 먹고, 음식도 익혀서 먹어야 한다.

특히 집중호우 피해가 있었던 지역에서는 지하수나 약수, 우물물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수돗물과 달리 염소 소독을 안 한 상태이므로 각종 식중독균 오염 가능성이 있다.

식기나 도마, 수저도 평소보다 더 철저하게 끓인 물로 소독해야 한다.

물에 젖은 음식을 함부로 섭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수해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은 음식의 선택부터 조리, 보관 과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라며 "수해복구 작업 후,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는 꼭 손을 씻고, 만약 손에 상처가 생겼다면 음식을 조리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