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 사거리·돈화문·우정총국 전전하던 동상, 네 번째 이전
'충정공' 민영환 선생 동상, 충정로에 자리 잡는다
순국지사 충정공 민영환(1861∼1905) 선생의 동상이 그의 시호를 따서 이름 지어진 충정로에 새로 자리 잡는다.

9일 서울 서대문구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우정총국에서 이전해 온 민영환 선생 동상 제막식이 서대문구 충정로 사거리 교통섬(충정로3가 414)에서 11일 열린다.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고발하며 자결해 일제에 항거했던 민영환 선생의 동상은 1957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 처음 세워졌다.

이후 동상은 도로 확장 공사에 따라 1970년 초 창덕궁 돈화문 앞으로 이전했으나 그 뒤로도 궁궐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해 일었다.

동상은 2003년 민영환 선생의 생가터 근처인 종로구 견지동 우정총국(사적 제213호)으로 한 차례 더 자리를 옮기게 됐다.

당시 문화재청과 종로구는 창덕궁에서 종로 2가를 거쳐 우정총국에 이르는 약 2.5㎞ 구간에서 살풀이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동상을 이전했다.

하지만 종로구 견지동에 있을 당시 동상은 우정총국 인근 시민공원 구석에 방치된 채 '홀대'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동상 재이전 사업을 처음 제안했던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도 허술한 동상 관리 실태를 보고 장소 이전을 주장했었다.

'충정공' 민영환 선생 동상, 충정로에 자리 잡는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우정총국에 동상이 있을 때 노숙자분들이 빨래도 널어놓고 동상 뒤를 화장실로도 쓰는 모습을 보고 정 교수님이 이전을 제안하시면서 서대문구에서 사업 추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러 곳을 전전하던 민영환 선생의 동상은 우여곡절 속에 그의 시호 '충정공'을 딴 충정로에 자리 잡게 됐다.

서울시는 1946년 10월 일본식 도로명이었던 '죽첨정(竹添町) 1·2·3정목'을 민영환 선생의 시호를 따 '충정로 1·2·3가'로 개명했다.

서대문구는 지난 3월 동상 이전에 착공하며 충정로의 시작인 아현삼거리 교통섬에 동상을 이전해 민영환 선생이 걸어온 공적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 준공되는 동상 하단에는 민영환 선생의 유서 '마지막으로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고함'이 새겨진 조형물이 새로 배치된다.

'한 번 죽음으로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고, 이천만 동포에게 사죄한다'는 유서를 남긴 민영환 선생. '죽되 죽지 않고 동포들을 돕겠다'던 민영환 선생의 유지를 품은 동상이 곧 돌아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