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사건에도 미초타키스 총리 "사퇴 않겠다"
'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가 총리직에서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8일(현지시간) 그리스 공영 ERT 방송을 통한 대국민 연설에서 국가정보국(EYP)의 야당 지도자 도청 스캔들과 관련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합법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나는 몰랐고, 알았다면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YP가 야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니코스 안드룰라키스 대표를 비롯해 언론인의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리스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번 의혹은 안드룰라키스 대표가 지난 5일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안드룰라키스 대표는 EYP가 PASOK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해 9월, 자신의 휴대전화에 감시 소프트웨어를 깔아 석 달 간 통화 내용을 엿들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그리스 정부는 EYP의 관련 도청 행위가 검사의 승인을 받아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리고리스 디미트리아디스 총리 비서실장과 파나기오티스 콘톨레온 EYP 국장이 잇따라 사임하는 등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리스 언론은 이번 스캔들을 '미초타키스-게이트', '그리스판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하며 미초타키스 총리의 분명한 해명을 요구했다.

워터게이트란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비밀공작반이 워싱턴DC 워터게이트 빌딩에 소재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으로, 이를 '가짜뉴스'라고 부인하던 닉슨 전 대통령은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 뒤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한 바 있다.

그리스 최대 야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EYP가 미초타키스 총리에게 직보해왔기 때문에 몰랐다는 말은 해명이 될 수 없다며 총리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초타키스 총리는 계속 재임할 것이라고 밝힌 뒤 대신 EYP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4가지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