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작구 신대방동에 381.5㎜…1시간 강수량도 80년만 가장 많아
공식 아니어도 '기록적'…어제처럼 비 내린 날 1973년 이후 210일 불과
서울도 못 덮는 좁은 비구름대에 폭우…기후변화에 강수 패턴 변화
일강수량 역대 최다기록은 2002년 8월 강릉 870.5mm
[중부 집중호우] 공식은 아니지만 서울 하루 강수량 115년만 최다(종합)
8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는 비록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일강수량과 시간당 강수량 모두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서울청사에 설치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의 8일 일강수량 기록은 381.5㎜에 달했다.

공식기록상 서울 일강수량 최고치인 354.7㎜(1920년 8월 2일)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대한제국 때인 1907년 낙원동에 '경성측후소'가 생기면서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됐으니, 이날 하루 서울에 내린 비는 115년 만에 가장 많았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시간당 강수량을 보더라도 신대방동엔 8일 오후 8시 5분부터 오후 9시 5분까지 1시간 동안 141.5㎜의 비가 내린 것으로 기록됐는데, 이 역시 서울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 공식기록인 118.6mm(1942년 8월 5일)를 80년 만에 뛰어넘었다.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2011년 7월 26~28일 때보다 거세게 비가 내린 것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 측도 신대방동 1시간 강수량이 "비공식적이지만 서울에서 역대 가장 많은 양이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신대방동의 기록을 '공식기록 경신'으로는 볼 수 없다.

서울 기상 대푯값은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 관측값이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라고 발표할 때도 기준은 '서울기상관측소에서 눈이 관측됐는지'이다.

이 기준에 따른 공식적인 8일 서울 일강수량과 1시간 강수량 최고치는 각각 129.6㎜와 38.1㎜로, 신대방동 강수량 기록과 꽤 차이가 있다.

공식기록은 아니었을지라도 수도권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역대급'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8일 동작구뿐 아니라 서초·금천·강남·송파·관악구와 경기 광주시와 광명시에도 300㎜ 넘게 비가 내렸다.

기상청이 전국 평균을 낼 때 주로 사용하는 66개 지점 가운데는 경기 양평군 일강수량이 261.9㎜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천 208㎜였다.

1973년부터 현재까지 50년 가까운 기간에 66개 지점 중 단 한 곳에라도 하루 200㎜ 이상 비가 내린 날은 210일에 그친다.

기준을 300㎜ 이상으로 잡으면 그런 날짜는 49일로 줄어든다.

기상 기록상 역대 최다 일강수량이 기록된 날과 지역은 '2002년 8월 31일 강원 강릉시'로 870.5㎜에 달했다.

다음은 같은 날 대관령으로 712.5㎜가 내렸다.

연강수량 절반이 하루에 쏟아진 수준이다.

3위는 '1981년 9월 2일 전남 장흥군'(547.4㎜), 4위는 '1987년 7월 22일 충남 부여군'(517.6㎜), 5위는 '1998년 9월 30일 경북 포항시'(516.4㎜)다.

동작구 등의 폭우에도 8일 서울 공식 일강수량은 역대 기록 3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정도로 남았다.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이 다르게 된 셈인데 이는 좁게 발달한 비구름대 때문이다.

8일 낮에는 중부지방에 남북으로 폭이 100~200㎞인 정체전선과 비구름대가 지났다.

그런데 오후 9시께 이 비구름대가 동쪽으로 빠져나간 뒤 대기 하층으로 뜨거운 수증기가 상당히 유입되고 북쪽 한랭건조한 공기도 이전보다 많이 내려오면서 강하게 충돌해 폭이 좁은 비구름대가 생겨났다.

오후 9시께 만들어진 비구름대는 남북으로 폭이 서울을 다 덮지 못할 정도로 좁았다.

이에 동작구 신대방동에 140㎜가 넘는 비가 내리는 동안 20㎞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봉구에서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여름 장마 종료가 선언되고 열흘 정도 지나 장맛비보다 더한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 기후변화 영향이 없다고 하긴 어렵다.

사실 장마 '패턴'도 '폭우→폭염→폭우'가 반복되는 형태로 최근 수년 사이 과거와 달라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온난화로 대기 중 수증기량이 많이 늘어나고 해수면 온도가 과거보다 상승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기후변화가 장마 등 여름철 강수 형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