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 주조판, 황동 수탉, 궁전 열쇠 등 72점 소유권 이전
호니먼 박물관 "무력 획득 증거 분명, 반환이 도덕적이고 적절"
英박물관, 약탈문화재 '베닌 브론즈' 나이지리아에 반환키로
영국의 박물관이 옛 아프리카 베닌 왕국(현 나이지리아 남부 에도주 베닌시티)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나이지리아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BBC방송·AP통신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런던 호니먼 박물관은 19세기 영국이 약탈한 문화재 72점의 소유권을 나이지리아 정부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이 박물관은 베닌 왕실의 청동 유물인 '베닌 브론즈'에 속하는 황동 주조판 12점과 황동 수탉, 궁전 열쇠 등을 반환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월 나이지리아 국립박물관기념관위원회(NCMM)가 반환을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1897년 베닌 왕국 약탈은 아프리카 식민지배 전후에 있었던 대표적인 문화재 약탈 사건이다.

영국은 베닌 왕국을 방문한 자국민 사절단이 원주민에 살해당하자 왕국을 침략해 주민을 학살하고, 16∼18세기 베닌 왕궁을 장식했던 동판과 조각 등 청동 유물 3천∼5천점을 약탈했다.

이 유물은 영국의 예술품시장을 통해 유럽의 여러 박물관에 팔려나갔다.

호니먼 박물관은 영국 정부와 나이지리아 지역사회, 방문객, 학계, 문화재 전문가 등과 협의를 거쳐 반환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브 살로몬 박물관 이사회 의장은 "이 문화재를 무력으로 획득했다는 증거는 매우 명백하다"며 "외부 협의는 문화재 소유권을 나이지리아에 돌려주는 게 도덕적이고 적절하다는 우리 생각을 뒷받침해줬다"고 밝혔다.

약탈 문화재 반환 요구가 커지면서 아프리카 문화재가 원래의 땅을 찾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작년 10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는 영국군이 1897년에 약탈한 청동 수탉 조각상을 나이지리아 대표단에 돌려줬고, 같은 해 프랑스도 1892년 다호메이 왕국(현 베냉 남부)에서 훔쳐 온 토템 조각상 등 26점을 서아프리카 국가 베냉에 돌려줬다.

독일도 지난달 베닌 브론즈 수백 점을 나이지리아에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현재 베닌 브론즈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은 대영박물관으로 900여 점을 보유 중이다.

대영박물관은 작년 10월 나이지리아로부터 반환 요청을 받았으나 아직 구체적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