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정욱·박웅·윤여성·김명수 출연…"세대 관통하는 연극"
160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고전의 힘…연극 '레 미제라블'
평생 품속에 간직한 은화 한 닢을 원래의 주인인 소년에게 돌려준 장 발장. 그는 그제야 죄의식과 참회로 가득했던 삶에서 벗어난다.

무대 위에 잠시 쓰러졌던 장 발장은 일어나 미소를 띤 채 춤을 추며 죽음을 맞이한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 '레 미제라블'이 5∼1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배우 윤여성이 이끄는 극단 로얄씨어터의 연극 '레 미제라블'은 지난 2020년 예술의전당에서 50여 명의 배우가 동원된 큰 규모의 무대로 화제가 됐다.

5일 개막을 앞두고 기자들 앞에서 전막 시연한 '레 미제라블'은 위대한 명작인 원작의 힘을 증명했다.

이번 공연에서 장 발장을 추격하는 경찰 자베르 역으로 합류한 배우 김명수는 선과 악, 정의와 용서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징적인 인물을 묵직한 정극 연기로 그려냈다.

김명수는 시연 이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자베르는 역시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이었고 아직도 난공불락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규칙에 대한 신념과 사명감에 의해 살아온 인간이 결국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건 공권력이 아닌 사랑과 용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160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고전의 힘…연극 '레 미제라블'
'레 미제라블'에는 원로 연극배우 정욱과 박웅이 각각 질노르망과 미리엘 주교 역으로 출연해 무게감을 더했다.

단역인 질노르망을 연기한 정욱은 "평생 연극에서 주역을 맡아와 이번에 처음으로 단역을 맡았다"며 "단역이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새삼 느끼고 과거에 많은 단역들에게 얼마나 많은 은혜를 입었는지를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 발장에게 용서와 사랑의 힘을 보여준 미리엘 주교를 연기한 박웅은 "4∼5분 남짓 무대에 서는 역할이지만 '작은 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말이 있다"며 "배우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작은 역할도 보람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60년이 지나도 살아있는 고전의 힘…연극 '레 미제라블'
작품은 화려한 의상과 소품들로 배경인 19세기 프랑스를 무대 위로 생생하게 옮겨냈다.

부패한 왕정과 가난에 분개한 시민들이 모인 혁명군의 봉기 장면에서는 수십 명의 배우가 합창하며 무대를 가득 채우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만 방대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펼치기엔 2시간 30분 정도인 러닝타임이 아쉽게 느껴진다.

배우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장면이 많은 만큼 장 발장과 자베르, 마리우스 등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에 대한 묘사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2020년에 이어 장 발장을 연기한 윤여성은 "'레미제라블'은 80대 중반의 원로배우부터 20대와 10대, 7세 아역 배우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연극"이라며 "점점 소통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에서 이렇게 연극사의 산증인이신 선생님, 후배들과 연극을 통해 세대를 관통하며 소통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