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대용 장군 역…"역할 구축에만 한 달, 머리 아닌 마음으로 연기"
'흥행 배우' 수식어에 "제가 이룬 성과 아니죠…'4등 하는 배우'가 목표"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속 배우 박지환은 그간 대중에게 알려졌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나대용 장군을 연기한 그는 시종일관 꼿꼿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수염은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고, 옷매무새는 단정하며, 목소리는 진중하다.

'범죄도시' 시리즈 속 장이수, '우리들의 블루스' 속 정인권의 얼굴은 찾아보기 어렵다.

5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환은 "김한민 감독님께서 처음 출연을 제안하셨을 때 당연히 왜군일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나대용 장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왜군은 아니고요?'라고 되물었다"고 회상했다.

"왜 이 역할을 저한테 주시는지 궁금했지만 정확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어요.

그냥 영화 '봉오동 전투'를 보고 '저 사람에게 맡기면 될 거 같다'고 생각하셨대요.

독특하시다 싶었죠."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에는 두려움과 부담감에 몸이 떨릴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분량을 떠나 제가 여태까지 맡아왔던 인물에 비해 이 한 사람이 너무 큰 거예요.

내가 이런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자 '영감을 받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캠핑 장비까지 챙겨 집을 나섰다고 했다.

나대용 장군 생가와 묘소가 있는 전남 나주, 거북선과 판옥선을 만들고 수리하던 여수 선소,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순천 왜성과 충무사, 한산해전이 벌어졌던 한산도 앞바다 등을 직접 찾아가며 캐릭터 구축에만 한 달여를 보냈다.

"하루는 한산도 앞바다를 보는데 바람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들리더니 전투하는 장면이 제 눈앞에 상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누가 와도 이 조선군을 이길 수 없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대본을 보니 입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하더라고요.

"
그는 이렇게 오랜 시간 캐릭터 구축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그 밑바탕에는 김한민 감독이 있었다고도 했다.

"감독님은 (이순신 장군과 관련해서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을 넘으셨더라고요.

저분과 연기를 하려면 머리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진심과 진정성을 넘어 감독님과 주파수를 맞추지 않으면 일분일초가 악몽이겠구나 싶었어요.

다행히 주파수가 너무 잘 맞았습니다.

"
그는 완성본을 보고 나서는 "저라는 사람이 이렇게 작고 보잘것없다는 것을 깨달아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지나친 애국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나라를 구하신 분들인 만큼 존경받아 마땅하고, 찬양해도 모자람이 없다"면서 "더 기억하고 더 존경심을 갖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최근 박지환이 출연한 작품은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고, '범죄도시 2'는 팬데믹 이후 첫 천만영화가 됐다.

'한산'도 개봉 8일째에 누적 관객수 3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는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주인공분들이 이뤄낸 성공이지 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지환의 목표는 '4등을 하는 배우'다.

동메달도 따지 못했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소시민의 얼굴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살아있고, 상처가 많고, 현실적인 게 4등 같은 인물인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살아왔기도 하고 그것들을 잘 표현해냈을 때 작품이 살아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 인물들을 이야기해왔고 여전히 관심이 큽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