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99엔 지급 규탄
日 강제동원시민모임 "목숨값 931원…악의적 모욕"
일본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한 것을 두고 피해자 지원 단체가 "악의적인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오후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번 사죄해도 부족할 판에 일본 정부는 90대 피해 할머니에게 껌 한 통 값도 안 되는 한화 931원을 지급했다"며 "또다시 마주한 참담한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고 밝혔다.

이어 "후생 연금 탈퇴 수당은 77년 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한국으로 귀환할 때 지급됐어야 한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는 후생 연금의 존재조차 피해자들에게 감춰왔고, 마지못해 수당을 지급하면서 77년 전 액면가 그대로 지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상승한 화폐가치 반영해 지급할 규정이 없다는 일본의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며 "중국 피해자들에 대한 사례를 비교하면 한국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에게만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이들은 "일본이 피해자를 모독하고 무시하는 데에는 우리 정부의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며 "한일관계 복원을 구실로 일본에 한없이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해결 방안은 가해국과 가해 기업이 내놓아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외교부가 일본 기업 국내 자산 현금화(강제매각) 사건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노골적인 방해 행위"라며 "결국 일본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 한일관계 복원을 구걸할 때가 아니다"며 "사죄 한마디 듣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라는 양금덕 할머니의 간절함에 우선 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일본연금기구는 지난달 6일 강제동원 피해자 정신영(92) 할머니에게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한화로 환산한 931원을 입금했다.

이에 앞서 정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11명은 지난해 3월 일본연금기구에 후생연금 가입 기록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일본연금기구는 "기록이 없다"고 발뺌하다 자신의 연금번호까지 알고 있었던 정 할머니에 대해서만 후생연금 가입 사실을 인정했다.

이전에도 일본 정부는 2009년 후생 연금 탈퇴 수당을 요구한 양금덕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99엔'을 지급했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

2014년 김재림 할머니 등 4명의 피해자에겐 199엔을 지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