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의원이 3일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대해 “전당대회 기간인 8월까지 수사를 끝내겠다는 것은 대놓고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이 의원과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지사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결과를 이달 중순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의원은 당 일각에서 나오는 ‘공천학살’ 우려에 대해서는 “사당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사법 리스크·공천 불안 잠재우기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기소권과 수사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이 그 힘으로 정치에 개입하고 특정 세력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은 가장 심각한 국기문란”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간 각종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대응을 피하고 “관계가 없다”고 제한적인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검경의 수사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 의원은 전당대회 경쟁자인 박용진 의원과 강훈식 의원이 사법 리스크가 우려된다며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힘이 고발해 수사가 이뤄진 상황을 두고 당내에서 사법 리스크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유감이며 서글프기까지 하다”며 “십수 년간 여러 수사를 먼지 털듯 받아왔지만, 팩트가 없다. 공정하게 잘못을 지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이 의원은 당내 계파 갈등 및 공천 우려를 거론하며 “걱정할 필요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은 당원 50%, 국민 50%라는 경선 시스템에 따라 공천하고, 실력과 실적이 있는 후보라면 국민에게 선택받을 권리가 보장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랬고, 우리도 그랬으니 이재명도 그럴 것으로 걱정하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해달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다시 최우선 아젠다로

이 의원은 자신이 생각하는 민주당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정치”를 제시했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전국 정당으로 진화하면서 두 당이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며 “민주당이 제시해야 할 앞으로의 목표는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에서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로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2선으로 물러났던 이 의원의 정책인 ‘기본 시리즈’가 다시 최우선 아젠다로 올라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에는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까지 포함되고, 보편적 복지사회와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입문 후 기본소득과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 국가 차원의 주거 및 생활 복지 강화를 주장하며 정치적 입지를 키웠다.

“앞으로 표현에 신중할 것”

이 의원은 이날 검경 수사 비판 외에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오늘 표현을 조심하고 있다”며 “언론의 지적도 있었고, 앞서 강연 등에서 재미를 위해 했던 표현이 문제가 된 만큼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안정감을 강조하기 위한 1등 후보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사법 리스크 등 중도층의 지지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변수는 강하게 부정하면서 동시에 당 지지층의 분열을 부를 수 있는 공천 문제에선 자극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이재명 캠프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승리하는 것을 넘어 정치인 이재명에 대한 당 안팎의 비호감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라며 “국민의 오해와 우려를 걷어내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임하고 있다”고 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