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인 침팬지가 사냥과 같이 개체 간 협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음성으로 서로 소통하며 효율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와 미국 터프츠대 공동연구팀은 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23년간 촬영된 300편 이상의 야생 침팬지 사냥 영상을 분석, 이들이 협동적 행동이 필요한 할 때 서로 음성으로 소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아프리카 우간다의 키발리 국립공원에서 장기간 진행된 카냐와라 침팬지 프로젝트(Kibale Chimpanzee Project)를 통해 1996∼2018년 촬영된 카냐와라 침팬지 무리의 사냥 영상 307편을 분석했다.
녹화가 완전하지 않거나 사냥 중 짖는 소리(hunting barks)를 낸 개체가 확인되지 않은 영상 등을 제외한 232편을 분석한 결과, 91편의 사냥 영상 속에서 343마리의 침팬지가 사냥 도중 짖는 소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침팬지들이 사냥할 때 내는 짖는 소리는 다른 개체들에 사냥의 시작은 물론 사냥 도중 더 많은 개체가 필요하다는 정보 등을 알리고 다른 개체들의 효율적인 행동을 끌어내는 등 소통 기능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침팬지는 나무 열매 등을 주로 먹지만 때때로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를 얻기 위해 원숭이 등을 사냥한다.
야생에서는 침팬지들이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민첩한 원숭이를 잡기 위해 여러 개체가 힘을 합쳐 사냥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논문 제1 저자인 조지프 마인 취리히대 연구원(박사과정)은 "짖는 소리를 내는 침팬지들은 근처에 있는 동료에게 사냥을 시작한다는 정보를 제공해 참여를 꺼리던 개체들도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성공 확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침팬지들이 사냥 중 짖는 소리를 낸 91편의 영상 가운데 85편에서 사냥이 시작되기 전 평균 47초 동안 침팬지들이 짖는 소리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침팬지들이 서로 짖는 소리를 통해 사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풀이했다.
공동연구자인 자린 머챈더 터프츠대 교수는 시야가 제한된 열대우림 속에서 원숭이를 사냥하기는 쉽지 않다며 "사냥 중 짖는 소리를 낸 경우 사냥에 참여하는 개체도 더 많아지고 움직임도 빨라져 첫 먹이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짧아졌다"고 말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사이먼 타운센드 취리히대 교수는 "이 연구만으로는 침팬지들이 다른 개체들의 행동을 정밀하게 조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짖는 소리를 낸 것인지는 명확지 않다"면서도 "이는 침팬지들이 집단적 협력을 위해 음성으로 소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인류 진화과정에서 소통 방식과 협력 방식이 긴밀하게 공진화(coevolution)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런 공진화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게 거의 없다.
조지프 마인 연구원은 "이 연구 결과는 음성 소통과 집단 협력 사이의 공진화 역사가 매우 오래됐음을 시사한다"며 "그 역사는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지기 전인 700만 년 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