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러시아' 펴낸 귀화인 교수 벨랴코프 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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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한국 살면서 방송활동도 왕성…러시아에 대한 편견 깨려 여러 고민
"책은 '러시아인은 왜 웃지 않느냐'고 묻는 한국인에 건네는 답이죠"
"러시아는 정말 그래?"
러시아 출신 방송인이자 수원대 외국어학부 러시아어·러시아문화 객원교수인 벨랴코프 일리야(41) 씨가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이란다.
"러시아는 항상 추운지", "러시아인은 왜 웃지 않고 무뚝뚝한지", "한국에 전혀 관심이 없는지" 등도 일리야 교수가 약 20년간 한국에 살면서 받아왔던 '단골 질문'이다.
그가 방송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꾸준히 러시아에 관해 알려왔던 이유다.
최근 펴낸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틈새책방刊)는 그러한 노력이 모인 결과물이다.
그는 3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가진 러시아에 대한 주된 선입견을 깨기 위해 고민한 책"이라며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궁금증을 뽑아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려 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그의 고향인 블라디보스토크 공항까지는 약 2시간이면 날아간다.
한국에서 이 정도 시간만을 들여서 갈 수 있는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그보다 훨씬 먼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분명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러시아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면이 더 커졌고, 관심은 높아졌다"며 "동시에 편견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번 책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가진 러시아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서울에 사는 한 러시아 친구는 '한국의 겨울은 너무 춥다'며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져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며 "내 경험상 러시아의 맹추위라 하더라도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철원군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은 왜 무뚝뚝하고 잘 안 웃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유 없는 웃음은 정신병자의 증상'이라는 러시아 속담이 있어요.
러시아인에게 웃음은 항상 진실한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이 불편한데도 웃으면서 말을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왜 양국 간 시민들이 서로를 알아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웃 나라로서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가령 중남미나 아프리카 대륙처럼 지리적으로 먼 나라라면 굳이 좋은 관계를 이끌어갈 필요는 없지만, 양국은 외교적으로도 군사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얽혀있다"며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최소한 서로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평소 SNS와 개인 유튜브 채널, 신문지면 등을 통해 러시아를 비롯해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8월 MBC가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삽입한 편집을 두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원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있으면 언제든 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2003년 어학연수로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삼성 DMC연구소에서 채용담당관으로 일했고,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도 잠시 홍보 일을 맡기도 했다.
의료 통역관으로도 일했고 각종 방송에도 활발히 출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줄곧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16년 귀화를 결정했다.
한국인을 위한 초급 러시아어 교재를 출판했다.
그는 "생각보다 러시아인의 일상에서 한국은 깊숙이 스며든 상태"라며 "K팝과 영화 같은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먹거리 등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정작 한국 자체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는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방탄소년단(BTS)이나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열광하지만, 한국의 수도는 어디이고, 대통령은 누군지 정확히 아는 러시아인은 많지 않거든요.
앞으로는 한국의 사회와 정치, 문화 등을 러시아에 알리는 일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 /연합뉴스
"책은 '러시아인은 왜 웃지 않느냐'고 묻는 한국인에 건네는 답이죠"
"러시아는 정말 그래?"
러시아 출신 방송인이자 수원대 외국어학부 러시아어·러시아문화 객원교수인 벨랴코프 일리야(41) 씨가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이란다.
"러시아는 항상 추운지", "러시아인은 왜 웃지 않고 무뚝뚝한지", "한국에 전혀 관심이 없는지" 등도 일리야 교수가 약 20년간 한국에 살면서 받아왔던 '단골 질문'이다.
그가 방송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꾸준히 러시아에 관해 알려왔던 이유다.
최근 펴낸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틈새책방刊)는 그러한 노력이 모인 결과물이다.
그는 31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가진 러시아에 대한 주된 선입견을 깨기 위해 고민한 책"이라며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궁금증을 뽑아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려 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그의 고향인 블라디보스토크 공항까지는 약 2시간이면 날아간다.
한국에서 이 정도 시간만을 들여서 갈 수 있는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그보다 훨씬 먼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분명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러시아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인 면이 더 커졌고, 관심은 높아졌다"며 "동시에 편견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번 책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가진 러시아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서울에 사는 한 러시아 친구는 '한국의 겨울은 너무 춥다'며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져도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며 "내 경험상 러시아의 맹추위라 하더라도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철원군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은 왜 무뚝뚝하고 잘 안 웃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유 없는 웃음은 정신병자의 증상'이라는 러시아 속담이 있어요.
러시아인에게 웃음은 항상 진실한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이 불편한데도 웃으면서 말을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죠."
"왜 양국 간 시민들이 서로를 알아야 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웃 나라로서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가령 중남미나 아프리카 대륙처럼 지리적으로 먼 나라라면 굳이 좋은 관계를 이끌어갈 필요는 없지만, 양국은 외교적으로도 군사적으로 매우 밀접하게 얽혀있다"며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최소한 서로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평소 SNS와 개인 유튜브 채널, 신문지면 등을 통해 러시아를 비롯해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여러 이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8월 MBC가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삽입한 편집을 두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원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있으면 언제든 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2003년 어학연수로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삼성 DMC연구소에서 채용담당관으로 일했고,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도 잠시 홍보 일을 맡기도 했다.
의료 통역관으로도 일했고 각종 방송에도 활발히 출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줄곧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16년 귀화를 결정했다.
한국인을 위한 초급 러시아어 교재를 출판했다.
그는 "생각보다 러시아인의 일상에서 한국은 깊숙이 스며든 상태"라며 "K팝과 영화 같은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먹거리 등 곳곳에서 그 흔적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정작 한국 자체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는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방탄소년단(BTS)이나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열광하지만, 한국의 수도는 어디이고, 대통령은 누군지 정확히 아는 러시아인은 많지 않거든요.
앞으로는 한국의 사회와 정치, 문화 등을 러시아에 알리는 일에 무게를 두고 싶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