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속전속결' 비대위-9월 전대 거론…權 "비대위 요건 맞으면 당연히 간다"
'비대위 요건' 엇갈린 해석…친이준석계 "사퇴 불가" 속 최고위원 추가사퇴 변수
주말 사이 여권내 물밑 교통정리 시도 가능성…고민 커지는 權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간 사적 대화가 공개된 '문자 파동' 후폭풍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일단 비대위 체제 전환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이지만 진통은 이어지고 있다.

친윤계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를 시작으로 초선 의원 32명이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는 '연판장'으로 가세, 권 대행의 거취를 압박하고 나선 가운데 권 대행도 비대위 체제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친윤 그룹이 '속전속결' 비대위 전환을 주장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반해 권 대행은 비대위 전환의 요건을 거론하는 등 향후 경로에 대한 구체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내홍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의 향배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주말 사이 여권 수뇌부 사이에서 교통정리를 위한 물밑 시도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의 혼란상이 계속될 경우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 및 지지율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한 친윤계 핵심 의원은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비대위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당 대표가 성비위로 징계를 받고 지지율까지 떨어진 이런 상황이 비상 상황이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권 대행이 (비대위 전환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행과 함께 '원조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인 장제원 의원도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비대위 체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연판장에 참여한 초선 의원 중 상당수는 장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로 꼽힌다.

'원톱'으로서 당 안정화에 나서려던 권 대행으로선 문자 파동을 계기로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28일 울산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하는 길에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권 대행에게 "이틀인가, 며칠인가, 고생했다"는 취지로 언급, 권 대행 체제에 다시 힘을 실었다는 보도가 나간 것이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도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여권 주변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의 의중도 지금 상황에서는 비대위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쪽이라는 것이다.

권 대행도 비대위 전환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당헌 당규상 규정된 비대위 전환 요건을 갖춘다면, 권 대행은 원내대표 역할에만 집중한 채 비대위 전환을 통해 새 지도체제 정비를 위한 경로를 밟아가겠다는 것이다.

권 대행은 통화에서 "비대위 요건에 맞으면 당연히 가야 한다.

그것을 막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대행은 비대위 전환 요건에 대해서는 "최고위원 4명 이상 사퇴하면 된다"고 전했다.

보궐선거 출마로 사퇴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당 지도부 8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가 기능을 상실해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다는 당헌에 따른 의견으로 해석된다.

다만 권 대행이 거론한 '비대위 요건'을 놓고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 실제 비대위 전환이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그 시점이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최고위원 총원 기준을 놓고도 9명(이준석·권성동·조수진·배현진·정미경·김재원·김용태·윤영석·성일종), 이 대표와 사퇴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7명, '선출' 최고위원들인 6명(이준석·조수진·배현진·정미경·김재원·김용태) 등 해석이 제각각이다.

친윤계 내에서 최고위원들을 상대로 사퇴를 설득한다는 얘기도 당 안팎에서 들린다.

친이준석계 쪽에선 이 대표 외 최고위원 2명만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경우, 지도부가 붕괴하지 않고 비대위 전환을 막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밀릴지언정 꺾이지 않고, 넘어질지언정 쓰러지지 않겠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최고위원 사퇴 불가 입장이 완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전환 자체가 이 대표의 징계 후 복귀를 원천적으로 막는 조치이기 때문에 향후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말도 이 대표 주변에서 나온다.

비대위 전환 요건을 둘러싼 이런 당내 분분한 의견들을 놓고 권 대행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비대위 전환 시나리오도 물밑에서 조율 중인 것으로 감지된다.

친윤 그룹이 염두에 두고 있는 콘셉트는 '전당대회 준비위' 격의 관리형 비대위다.

전당대회 시기도 이르면 오는 9월 중으로도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위원장 하마평으론 당내 인사 중 정우택·정진석·주호영 의원 등 5선 이상 중진이나 전직 비대위원장 등 원로들이 거론된다.

다만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국정감사와 예산정국 등과 맞물려 전당대회 시기도 내년 초 이후로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주말 사이 가르마가 타지지 않을 경우 당 진로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금주 격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권 대행은 오·만찬 등을 통해 의원들과 직접 접촉하며 의견을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즉각적 비대위 전환을 원하는 친윤 그룹과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는 친이준석계와의 갈등이 심화하고, 권 대행이 어느 쪽으로든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