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극이 지구에 보내는 경고
남극이 지구의 기후변화에 대해 우려와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해양의 산성화가 촉진되고 지구 대기와 해양 순환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지구상 빙하의 지속적인 감소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져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 남극조약 체제에서 유일한 비정부 간 국제기구로서 남극 과학을 연구하는 남극연구과학위원회(SCAR)는 최근 “남극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긴급 대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인간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SCAR 측 주장이다.

남극은 호주 대륙의 두 배에 달하는 거대한 대륙이다. 남빙양과 합하면 지구 전체 면적의 약 7%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구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다른 대륙으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저위도 지역과 대기와 해양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으므로 지구 기후를 알기 위해서는 남극과 남빙양을 이해해야 한다.

남극은 미래 지구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말하고 싶다. 남극에서는 지구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구상 빙하의 지속적인 감소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만약 남극 빙상이 전부 녹는다면 해수면은 지금보다 60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해안지역에 거주하는 약 40%의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다. 남극의 빙상이 녹아 바다로 대량 유입되면 주변 해수의 온도와 염도의 변화로 인해 해류 순환이 교란된다. 이는 저위도와 고위도 사이에 에너지 순환을 방해하기 때문에 위도와 고위도 간에 기후 양극화가 발생한다. 홍수, 가뭄, 혹서, 혹한 등 극단적 기후 현상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있다. 지구 생태계의 교란과 종 다양성도 감소시킨다.

남극은 유엔과는 별개로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남극조약의 주요 관심사는 남극의 환경보호와 과학 연구에 맞춰져 있다. 총 54개국이 가입돼 있으며, 한국은 1986년 가입해 1989년 투표권을 갖는 협의 당사국의 지위를 얻었다. 인류는 2015년 파리협정을 체결했다.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는 남극과 남빙양에서의 국제적 공동연구와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적응하려는 전략적 접근을 통해 보장될 수 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할 국가 간 지정학적 분쟁이 남극지역으로 옮겨와 남극조약 체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와 극지 관련 연구기관들은 새로운 국제적 남극 관리 체제가 필요해질 수 있는 상황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