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이준석 공개 충돌…다시 고개드는 '비대위' 요구(종합2보)

이준석 "양두구육"에 이철규 "혹세무민·앙천대소" 설전
權 만난 尹대통령 "며칠 고생했다"…비대위 요구 분출 속 29일 최고위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 당 대표'라고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이른바 '문자유출 사태'로 공개된 것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한 듯했던 양측의 갈등상이 다시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처분 이후 권 대행이 사실상 '원톱'을 맡아 당을 이끄는 것으로 정리됐던 지도체제도 다시 '비대위 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과 이 대표는 28일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양두구육(羊頭狗肉·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음)'이라는 표현으로 응수한 것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양두구육이라니?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 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니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보고 크게 웃음) 할 일"이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전날 이 대표의 '양두구육' 표현에 대해 정치권에서 '윤핵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불편한 심정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의원을 겨냥, "오늘 국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해온 사람 하나를 더 알게 될 것 같다.

그간 고생하셨는데 덜 유명해서 조급하신 것 같다"면서 "상대하지 않고 당원들을 만나러 또 출발하겠다"고 언급, 마찬가지로 불쾌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전날 '문자 유출 사태' 파장 최소화에 주력했던 권 대행은 이날 때마침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 행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권 대행은 행사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발한 윤 대통령 전용기에 함께 탑승, 김기현 박성민 박형수 의원과 함께 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일부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권 대행과 만난 윤 대통령이 "며칠 고생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권 대행에게 한 번 더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당내에선 권 대행 리더십에 대한 비판과 함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조속히 안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윤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권 대행이 당 대표 대행 역할과 원내대표를 겸하는 체제로 6개월을 가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권 대행이 둘 중 하나를 내놓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도 "당이 허송세월로 6개월간 맥없이 가선 안 된다.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정기국회 시작 전에 비대위 체제로 갖춰서 가야 한다"고 했다.

당장 29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결단하며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현재로선 이 대표 '궐위' 상태가 아니어서 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능하지만, 총 9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과반이 사퇴하면 비대위 체제 전환이 가능해진다.

당내에서는 '문자 유출 사태'를 둘러싼 여진과 함께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 천하람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 징계에) 뭔가 '윤핵관'들의 힘이 작용했고 대통령께서 그걸 그렇게 만류하시지는 않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계속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국회 행안위 회의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자 유출 사태'에 대한 질문에 "나도 뉴스 보는 사람인데 당연히 (봤다)"면서도 "내가 따로 할 말도 없어요"라며 말을 아꼈다.

중앙당 윤리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 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 결정 배후에 '윤핵관'이 있다는 해석과 관련해 "악의적 정치적 프레임 씌우기"라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다만 비대위 체제 전환이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천 혁신위원은 라디오에서 "비대위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느냐, 비대위 권한을 어디까지 할 거냐에 대해 또다시 당내에 분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이 대표가 6개월 뒤 돌아오게 돼 있는데 비대위 체제로 가면 윤리위 결정을 형해화시키는 '꼼수'가 되기 때문에 이 대표가 (비대위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바로 낼 수 있고, 법원이 무조건 인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행을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문자 파문 수습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권 대행은 내달 초 4선 이상 중진들과의 오찬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권 대행은 정기국회를 앞둔 다음달 25∼26일 1박2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를 열기로 하고 당 소속 의원 전원에게 참여를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