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콩즈를 믿고 홀딩했다가 별세해 부고를 알립니다.”

최근 SNS에 난데없이 ‘고릴라’ 영정 사진(사진)들과 함께 이런 글이 대거 올라왔다. 게시자들은 국내 대표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꼽히는 ‘메타콩즈’ 투자자였다. 메타콩즈 경영진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 같은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내홍이 짙어지면서 NFT 가격도 급락했다.

신세계,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과 잇따라 협업을 성사하며 한국판 BAYC(세계적 NFT인 ‘지루한원숭이요트클럽’의 약자)로 평가받던 메타콩즈가 어쩌다가 순식간에 ‘문제아’로 전락했을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NFT 버블에 가려져 있던 관련 산업의 민낯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 허술한 인재·비용 관리와 안일한 경영 인식 등이 잘나가던 스타트업을 한순간에 위기로 몰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평가다.

메타콩즈에 무슨 일이

몇 년 전만 해도 국내 NFT 시장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NFT 연관 검색어엔 NFT 스캠(사기), NFT 다단계 등이 떴고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고위험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국산 NFT 프로젝트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중 PFP(프로필 사진용) NFT 프로젝트인 메타콩즈는 등장하자마자 빠르게 부상했다. 지난해 12월 민팅(발행)을 진행한 뒤 NFT 거래소 오픈시에서 단숨에 클레이튼 계열 1위로 올라섰다. 민팅 당시 20만~30만원이던 거래 가격은 올해 초 100배 이상 뛰었다. 메타콩즈는 방송가에서 ‘천재 해커’로 알려진 이두희 개발자가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고 대기업과 잇따라 협업하며 국내 대표 NFT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메타콩즈의 숨겨진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 19일 홀더들은 프로젝트 운영 부진, 해킹 등 잇단 악재에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 이 CTO의 원톱 체제 전환을 요구했다. 일부 홀더는 자신이 보유한 메타콩즈 NFT를 영정 사진과 합성해 ‘메타콩즈 합동 장례식’을 치렀고, 비대위를 결성해 이강민 최고경영자(CEO)와 황현기 최고운영책임자(COO)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후 경영진 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황 COO는 입장문을 냈지만 사실상 이 CTO에 대한 비리 폭로전으로 비화했고 이 CTO가 이에 반박하면서 갈등이 고조된 것. 결국 두 임원은 사임 의사를 밝혔고 이 CTO의 ‘멋쟁이사자처럼’이 메타콩즈를 인수하면서 폭로전은 일단락됐다. 멋쟁이사자처럼은 “인수인계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메타콩즈 리버스(재탄생)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족 끼워 넣고, 회삿돈으로 외제차 타고

암호화폐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냉각과 함께 그간 무리하게 확장해 온 사업의 부진, 토큰 가격 하락 등으로 홀더들의 불만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스템 관리 등에 대한 투자 없이 NFT 미래만 믿고 확장 일변도 사업을 벌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두 차례의 해킹 사건이 벌어진 게 대표적이다. 1차 해킹 당시 일부 홀더가 금전적 피해를 봤음에도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3개월도 안 돼 또 한 차례 뚫렸다.

이런 가운데 메타콩즈는 공격적 지식재산권(IP) 확장과 NFT 발행에 나섰다. 그 영향으로 NFT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메타콩즈는 이달 ‘LGO(Life Goes On) 프로젝트’를 선보였지만, 판매 부진으로 전체 물량 3분의 1을 소각했고 시세는 발행가 대비 반토막 났다.

여기에 경영진의 안일한 인식도 투자자들의 불만에 불을 지폈다. 메타콩즈는 다른 회사에 자금을 빌려주는가 하면, 회사 자금으로 2억원이 넘는 고가 외제차도 구입했다. 회사 프로젝트에 경영진 가족이 개입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 유통사 등과 NFT 프로젝트를 펼친다며 대대적 홍보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신뢰를 훼손시킨 대목이다.

멋쟁이사자처럼의 인수 발표 후 메타콩즈는 거래량이 늘고 있다. 가격도 약 세 배 상승했다. 하지만 무너진 메타콩즈의 신뢰성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NFT 실물과 연계돼야

업계에서는 “메타콩즈를 계기로 국내 NFT 생태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름만 알릴 것이 아니라 강력한 IP나 우수한 커뮤니티, 영상·음악 콘텐츠 등 실용성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실수요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NFT 스타트업 대표는 “국내 NFT 생태계는 유명 운동화를 신으려는 실수요자보다 차익을 노리는 리셀러가 더 많은 상황”이라며 “단순히 값비싼 정보기술(IT) 명품으로서 마케팅 수단에 머무르면 그 안에서 프리미엄을 주고 소비할 사람이 사라져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이 좋았을 때는 홀더에게 돈을 미리 쓰는 식으로 사세를 불렸지만, 이제는 사업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국내 NFT 프로젝트는 ‘실물 연계형’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신세계의 푸빌라 NFT는 백화점 VIP 회원 대우를 받을 수 있어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롯데홈쇼핑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끈 벨리곰을 NFT로 출시해 완판됐다. 판매 가치가 높은 와인을 투자 목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NFT 와인 거래소를 운영하는 블링커스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 팁스에 선정되기도 했다.

NFT 멤버십 기반 로컬 카페 ‘하이드미 플리즈’, NFT 회원들이 맛집 지도를 꾸려가는 ‘레이지고메클럽’, 우수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의 실시간 매매 내역을 구독할 수 있는 ‘탑 트레이더 드롭스(drops)’ 등도 대표적인 실물 연계형 프로젝트로 꼽힌다.

장도훈 TBT 객원 심사역은 “이전보다 NFT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NFT IRL(실생활) 모임, 실물 연계형 NFT 등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며 “국내 이용자들은 패션이나 플렉스 수단을 넘어 실제로 의미 있는 것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