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20비 강 하사 타살 혐의점 없어…극단적 선택 무게
군인권센터 "사전 고지 없이 관사 배정…공포감·스트레스 호소"
"사망 여군, 이예람 중사 동일 관사 사용…괴롭힘 정황 유서"(종합)
군인권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는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이하 20비)에서 숨진 여군 부사관 강 모(21) 하사가 남긴 유서에 부대 내 괴롭힘 정황이 담겨 있다고 27일 밝혔다.

또 강 하사가 사용했던 관사가 지난해 상관으로부터 성추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이었다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에 기재된 내용과 여타 정황을 볼 때 강 하사 사망에 부대 내 요인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유서 일부에는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나한테 다 뒤집어씌운다", "내가 운전한 것도 아니고 상사님도 있었는데 나한테 왜 그러냐", "○○사 ○○담당 중사, 만만해 보이는 하사 하나 붙잡아서 분풀이하는 중사, 꼭 나중에 그대로 돌려받아라" 등 강 하사가 부대 내에서 부당한 일을 겪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담겼다.

임관한 지 1년을 갓 넘긴 강 하사는 이달 19일 오전 20비 영내 독신자 숙소 내부 발코니에서 숨진 상태로 동료 부대원에게 발견됐다.

20비는 1년여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이예람 중사가 근무했던 곳이다.

이 중사가 지난해 5월 사망한 이후 해당 호실은 쭉 공실 상태였으나, 강 하사가 올해 1월 입주해 사용했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군인권센터는 "강 하사는 입주 3개월이 흐른 올해 4월에 이르러서야 이 중사가 사망한 장소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이후 주변 동료들에게 공포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사 배정을 관리하는 복지대대는 부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초임 하사에게 일언반구 없이 아무도 살려 하지 않는 관사를 배정했다"며 "신상 관리 대상인 초임 하사가 해당 관사에 거주하게 된 배경과 강 하사가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었던 사정을 인지했는지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서에는 이 중사와 관련한 직접적 언급은 없지만 "관사로 나온 게 후회된다.

다시 집 들어가고 싶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사망 여군, 이예람 중사 동일 관사 사용…괴롭힘 정황 유서"(종합)
강 하사는 군사경찰과 군의관 소견상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 또한 없는 것으로 보여 극단적 선택에 무게가 실린다.

거실 바닥에는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등이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고, 외부 침입 흔적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군은 강 하사 사망 이후 공군 수사단을 파견했으며, 수사단은 민간 경찰과 군인권센터,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등의 입회하에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27일 오후에는 유가족 측의 요청으로 국방과학연구소 대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강 하사의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할 예정이다.

군인권센터는 "군 수사기관이 다른 입회 주체들이 확인하기 전에 유서를 봉인했다가 항의를 받고 봉인을 푸는 등 초동수사 과정에서 민간과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유가족은 군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인권센터는 또 공군수사단과 검찰단이 유가족에게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서명을 해야만 강 하사의 시신을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고 한 점, 유가족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부검할 수 있다고 말한 점, 유가족이 유품을 챙기려 하자 이를 저지한 점 등을 거론하며 "군 수사기관의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하사 사망 원인을 다각도로 규명해 책임을 묻는 한편 정책과 제도를 개선할 부분을 모색해야 한다"며 "성역 없는 수사와 진실 규명을 통해 강 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