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발원' 튀니지, '대통령 권한 강화' 개헌투표
'아랍의 봄' 혁명의 발원지인 북아프리카 튀니지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들어갔다.

튀니지 독립고등선거청(ISIE)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부터 전국 1만1천여 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개헌안에 대한 투표가 시작됐다.

18세 이상 유권자 약 930만 명이 참여하는 투표는 이날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공식 투표 결과 발표 시기는 미정이다.

꼭 1년 전부터 이른바 '명령 통치'로 입법·사법·행정부를 무력화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주도한 개헌은 아랍권에서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튀니지 정국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른바 '새 공화국 헌법'으로 불리는 개헌안은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 임명권과 행정력 발동 권한을 부여했다.

대통령이 임명한 정부는 의회의 신임 투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개헌안은 또 대통령의 의회 해산권과 군 통수권, 판사 임명권도 명시했다.

대통령에게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를 모두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아랍의 봄 발원' 튀니지, '대통령 권한 강화' 개헌투표
개헌안에는 임기 5년에 1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이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임기를 임의로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도 들어 있다.

2014년 제정된 헌법에 명시된 의원내각제 성격의 대통령제를 완전히 뒤엎는 헌법 개정안은 정치권 등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사이에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한 주요 정당들은 투표 보이콧을 선언했다.

다만, 아랍의 봄 시위 후 정국을 주도한 정당 정치에 반감을 느낀 다수의 시민은 개헌을 시도하는 사이에드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구원자'로 칭송하며 지지한다.

최소 투표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으면 개헌안은 가결 처리되는데,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다만, 투표율은 개헌을 주도한 사이에드 대통령과 투표를 보이콧한 주요 정당들에 대한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지표여서 개헌 성사 여부 못지않게 관심을 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투표를 마치고 "우리는 지난 10년간 유지되어온 것과는 다른 새로운 공화국을 수립할 것"이라며 "우리는 법치국가를 원한다.

선택은 국민의 손에 달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