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지견·육안 조사 결과 분석…"피해 예방·관리 방안 시급"
지난해 '종합 방제대책' 마련…2024년 약제 인증기준 도입 예정
흰개미의 습격…"목조 건축문화재 89.5% 피해 추정"(종합)
습하고 햇볕이 없는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흰개미는 땅속을 이동하며 죽은 나무나 낙엽을 먹이로 삼는다.

언뜻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목조 건축물이나 문화재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흰개미는 한번 침투하면 안쪽에서부터 목재를 갉아 먹어 큰 피해를 야기하는 골칫거리다.

25일 학계에 따르면 김시현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와 정용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유산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술지 '문화재' 최신호에 실린 '국가지정 목조건축문화재의 흰개미 피해 현황 분석' 연구보고서에서 국내 목조건축문화재 상당수가 흰개미로 인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국립문화재연구원이 국보, 보물, 국가민속문화재 등 국가지정 목조건축문화재 총 362건(건물 기준 1천104동)을 대상으로 2016∼2019년에 실시한 '목조문화재 가해 생물종 조사'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국가지정 목조건축문화재 362건 중 317건(87.6%)에서 흰개미 탐지견의 반응이 확인됐다.

185건(51.1%)에서는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탐지견 반응, 육안 조사 등 어느 하나라도 피해가 확인된 대상은 324건(89.5%)에 달했다.

목조건축문화재 10건 가운데 9건에서 흰개미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진행 중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개별 건물 단위 조사에서는 1천104동 가운데 668건(60.5%)에서 흰개미 탐지견의 반응이 나타났고, 339건(30.7%)에서 육안 피해가 확인됐다.

두 방법으로 흰개미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개별 건물은 402건(36.4%)으로, 약 3분의 1에 불과했다.

흰개미의 습격…"목조 건축문화재 89.5% 피해 추정"(종합)
건물 부재 가운데 흰개미 피해가 확인된 비율을 보면 탐지견 조사 평균 9.2%, 육안 조사 평균 2.8% 등이었다.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흰개미 피해 발생률과 피해 정도를 살펴본 결과를 보면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

탐지견으로 흰개미 피해를 확인한 국가지정 목조건축문화재 비율은 모든 지역에서 70% 이상이었지만 전북권(24건 중 23건·95.8%)과 경북권(135건 중 125건·92.6%)은 수도권(56건 중 40건·71.4%)과 비교해 20%p 이상 높았다.

육안 피해는 충남권(32건 중 21건·65.6%), 전남권(52건 중 35건·67.3%)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보고서에 참여한 김시현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는 "흰개미 분포는 온도나 해발 고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

지역별로 문화재 위치나 구조가 다른 만큼 지역별 차이가 어떤 큰 의미가 있다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탐지견은 말 그대로 냄새로 흰개미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보니 건물에 직접 피해가 없어도 주변에서 냄새를 맡고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다수의 국가지정 목조건축문화재에서 흰개미 피해가 발생했거나 진행됐을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정 건물이나 대상을 위주로 방제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목조건축문화재를 대상으로 흰개미와 관련한 피해 예방과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문화재청은 2011년부터 목조문화재를 대상으로 흰개미 피해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작년에는 종합 방제대책을 마련했으며 목조문화재에 특화된 방제 약제를 평가하고 기준을 정한 '흰개미 약제 인증기준'을 2024년께 내놓을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목조문화재 현장 주변의 환경 정비를 강화해 흰개미 서식지를 미연에 제거하고 적시에 방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충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흰개미의 습격…"목조 건축문화재 89.5% 피해 추정"(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