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서 미얀마 카친족 전통음식점 낸 셍 엉 씨
"미얀마에 대한 한국 내 관심 줄어드는 게 안타까워"
"카친족 유학생 120명…양국 도움되는 인재 성장하도록 돕고파"

"내전과 군부 쿠데타 사태 등으로 그리운 모국에 돌아갈 수 없는 한국 내 미얀마 소수민족이 있습니다.

이들이 모국 음식을 통해 향수병을 달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미얀마 소수민족인 '카친족' 출신인 셍 엉(50) 씨는 최근 전북 전주에서 고향 음식점인 '리틀 카친'을 개업했다.

한국에서 미얀마 식당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미얀마 소수민족의 향토 음식을 주메뉴로 영업을 시작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라고 한다.

"고향 그리워하는 미얀마인에게 '사랑방' 같은 공간 되길"
셍 엉 씨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온 카친족 유학생을 비롯한 많은 미얀마인에게 '사랑방'이 됐으면 좋겠다"며 "동시에 한국인들이 우리 음식과 문화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미얀마인은 2만7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미얀마 소수민족인 카친족은 120명 정도로, 상당수는 유학생과 졸업생 신분이라고 한다.

"고향 그리워하는 미얀마인에게 '사랑방' 같은 공간 되길"
그가 줄곧 살았던 경기도 안산이 아니라 전북 전주에 식당을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친족 출신 유학생 중 대부분이 이 주변에 위치한 전주비전대와 전주대, 전북대 등에 다니고 있다.

그는 "고향 음식을 만들기도, 구하기도 어려운 학생들에게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며 "늘 그리운 모국이지만, 내전과 민주화 운동 등으로 당분간은 돌아가기가 쉬운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직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20대 청년들이 조언을 얻고,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능도 할 수 있기를 원했다.

"얼마 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위독해지셔서 걱정이 많은 학생이 있었어요.

'지금 못 보면 영원히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에 주변의 도움을 받아 급히 귀국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해줬죠. 도움이 돼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
그는 "식당을 찾는 유학생 간에 커뮤니티가 형성돼 서로 부족한 공부를 돕고, 진로 고민도 나누게 되더라"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준 것만은 아니라고 이내 강조했다.

가게 벽면을 가득 채운 카친족 전통 그림과 문양 등은 유학생들이 손수 그려 넣은 것이라고 한다.

"고향 그리워하는 미얀마인에게 '사랑방' 같은 공간 되길"
그는 "가게 공간 일부를 활용해 카친족의 전통문화나 정보 등을 홍보하는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한국에 모국의 상황을 꾸준히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전히 미얀마 내전은 이어지고, 민주화 운동도 뜨거워지고 있다.

군부에 맞서는 학생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예전과 비교해 한국에서의 관심을 줄어든 게 안타깝다고 했다.

미얀마 최북단 지역으로 중국, 인도와 국경을 접한 카친족이 사는 '카친주' 역시 정세가 어지럽기는 마찬가지다.

카친주에서는 10여 년째 미얀마 군부와 카친족 반군인 카친독립군(KIA) 간에 치열한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간 충돌로 발생한 난민이 10만 명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일반적인 민족 간의 영토 분쟁뿐만 아니라, 미얀마 군부의 '돈줄'인 옥 광산이 이곳에 널린 탓에 경제적 이권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는 "투쟁을 이어가는 조국의 상황을 한국인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우리 가게의 음식을 통해서라도 미얀마에 대한 관심을 보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고향 그리워하는 미얀마인에게 '사랑방' 같은 공간 되길"
이어 "카친 음식은 매운맛이 많아 한국인 입맛에도 낯설지는 않을 것"이라며 "갈비탕과 비슷한 '아멜롱 카쇠'나 렌틸콩과 닭고기 소스로 맛을 낸 비빔면 '난지똑'이 대표적인 메뉴"라고 소개했다.

2000년께 처음 한국을 찾은 셍 엉 씨는 3년 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지난해까지는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 국내 난민 신청자와 난민 아동 등을 돕는 일을 해왔다.

그는 "한국을 찾는 우리 민족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기에 이들을 돌보는 역할이 더 커지리라 본다"며 "특히 유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 사회뿐 아니라 고향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하도록 힘껏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향 그리워하는 미얀마인에게 '사랑방' 같은 공간 되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