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생이별 언제까지"…접촉면회 중단 앞둔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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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한 코로나19 재유행에 25일부터 감염취약시설 접촉면회 중단
"아버지! 다음 주에 또 올게요.
"
요양병원 접촉 면회 중단을 이틀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소재 선한빛요양병원 면회실.
5년 전부터 뇌출혈을 앓고 있는 65세 부친을 만난 A(34·여)씨는 아버지와 기약 없는 '생이별'을 앞두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A씨는 연합뉴스 취재진에 "아버지께 '다음 주부터 면회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차마 못 하겠더라"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넘게 접촉 면회를 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직접 손잡을 수 있게 됐는데, 또다시 생이별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지역 요양병원에 부친을 모시다가 두 달 전쯤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 산책이 가능한 경기 광주의 이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달 20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대면 접촉 면회가 허용되는 등 요양병원에도 일상 회복이 이뤄졌으나, A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가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오는 25일부터 접촉 면회를 중단하는 등 강화된 방역 관리를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A씨는 "나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백신을 모두 맞지 못했고, 아버지 또한 뇌출혈 환자라서 접종을 2차에서 중단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접종 완료자에게만 허용되는 등 접촉 면회에 상당한 제한이 있어 답답하던 찰나 '이제야 풀렸나' 싶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제자리가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요양병원 환자들은 가족과의 대화와 스킨십, 가위바위보 같은 간단한 놀이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낀다"며 "감염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담도암 4기에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인 73세 노모를 보러 온 B(41)씨도 속사정을 털어놨다.
앞으로 그는 진료를 위해 매주 한 차례 외부 병원에 모실 때를 제외하고는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거나 껴안을 수 없다.
B씨는 "어머니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개월이 남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접촉 면회를 중단한다니 자식의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는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전화 수화기를 들고 말하는 비접촉 면회만 가능하다고 한다"며 "대면해서 과일이라도 깎아 먹으면서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게만 해줬으면 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밖에 다른 이들도 접촉 면회 중단으로 인해 환자들은 우울감이, 가족들은 불안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접촉 면회 중단이 임박한 이 날 선한빛요양병원에는 환자를 보러 온 가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병상 180석 규모의 이곳에는 현재 150명의 환자가 있으나, 접촉 면회를 할 수 있는 면회실은 3곳뿐이다.
이에 요양병원 측은 면회가능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팀당 면회 시간을 20분으로 제한해 최대한 많은 가족이 환자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접촉 면회 신청에 실패한 일부 면회객은 비접촉 면회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 원장은 "일부 환자 가족은 접촉 면회 중단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더블링' 현상이 지속하면서 다음 주에는 확진자가 10만 명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돼 정부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접촉 면회를 계속해 나가는 한편 환자와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요양병원 역할이 점점 더 커질 텐데 정부의 지원도 강화됐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아버지! 다음 주에 또 올게요.
"
요양병원 접촉 면회 중단을 이틀 앞둔 23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소재 선한빛요양병원 면회실.
5년 전부터 뇌출혈을 앓고 있는 65세 부친을 만난 A(34·여)씨는 아버지와 기약 없는 '생이별'을 앞두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
A씨는 연합뉴스 취재진에 "아버지께 '다음 주부터 면회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차마 못 하겠더라"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넘게 접촉 면회를 하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직접 손잡을 수 있게 됐는데, 또다시 생이별한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신이 거주하는 서울지역 요양병원에 부친을 모시다가 두 달 전쯤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 산책이 가능한 경기 광주의 이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했다고 한다.
이어 지난달 20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대면 접촉 면회가 허용되는 등 요양병원에도 일상 회복이 이뤄졌으나, A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가 요양병원·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오는 25일부터 접촉 면회를 중단하는 등 강화된 방역 관리를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A씨는 "나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백신을 모두 맞지 못했고, 아버지 또한 뇌출혈 환자라서 접종을 2차에서 중단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접종 완료자에게만 허용되는 등 접촉 면회에 상당한 제한이 있어 답답하던 찰나 '이제야 풀렸나' 싶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제자리가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요양병원 환자들은 가족과의 대화와 스킨십, 가위바위보 같은 간단한 놀이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낀다"며 "감염 확산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담도암 4기에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인 73세 노모를 보러 온 B(41)씨도 속사정을 털어놨다.
앞으로 그는 진료를 위해 매주 한 차례 외부 병원에 모실 때를 제외하고는 어머니의 얼굴을 만지거나 껴안을 수 없다.
B씨는 "어머니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개월이 남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접촉 면회를 중단한다니 자식의 마음이 어떻겠느냐"고 한탄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는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전화 수화기를 들고 말하는 비접촉 면회만 가능하다고 한다"며 "대면해서 과일이라도 깎아 먹으면서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게만 해줬으면 하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밖에 다른 이들도 접촉 면회 중단으로 인해 환자들은 우울감이, 가족들은 불안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접촉 면회 중단이 임박한 이 날 선한빛요양병원에는 환자를 보러 온 가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병상 180석 규모의 이곳에는 현재 150명의 환자가 있으나, 접촉 면회를 할 수 있는 면회실은 3곳뿐이다.
이에 요양병원 측은 면회가능 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팀당 면회 시간을 20분으로 제한해 최대한 많은 가족이 환자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접촉 면회 신청에 실패한 일부 면회객은 비접촉 면회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김기주 선한빛요양병원 원장은 "일부 환자 가족은 접촉 면회 중단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더블링' 현상이 지속하면서 다음 주에는 확진자가 10만 명 이상으로 늘 것으로 예상돼 정부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접촉 면회를 계속해 나가는 한편 환자와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요양병원 역할이 점점 더 커질 텐데 정부의 지원도 강화됐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