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도 쉽지 않은 13%대 시청률…박은빈 열연에 호평 쏟아져
약자에 인간적 시선 지닌 따뜻한 법정물…마음 울리는 대사에 '울컥'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22일 방송가에 따르면 '우영우'는 케이블 채널은 물론 지상파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문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예상치 못한 대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전날 방송된 '우영우' 8회 시청률은 13.1%(비지상파 유료가구)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같은 날 방영된 수목드라마 KBS '징크스의 연인' 3.3%, JTBC '인사이더' 2.6%, tvN '이브' 4.5%를 훨씬 앞서는 수치다.

사실 '우영우'는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채널인 ENA에 편성되면서 작품이 공개되기 이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1회 시청률은 0.9%에 불과했다.

주연 배우인 박은빈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호평받는 연기자지만, 누구나 이름을 아는 톱스타는 아니었기에 총 16부작의 서사를 혼자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영우'는 첫 회 공개 직후 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사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공감 가는 메시지, 진정성이 느껴지는 감동 3박자를 모두 갖춘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 캐릭터의 힘…더없이 사랑스러운 인물 완성한 박은빈 열연
'우영우'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 캐릭터로 꼽힌다.

초반에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를 동시에 가진 특징이 부각됐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역삼역?"
우영우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랩을 하듯 내뱉는 자기소개는 자폐라는 장애를 설명해주는 동시에 우영우가 엉뚱하고 재밌는 인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지 못한 채 놀란 토끼처럼 동그랗게 뜬 눈, 춤을 추는듯한 리드미컬한 발걸음,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불쑥 내뱉어버리는 모습도 자폐인의 특징을 반영한 우영우만의 매력이다.

과거 자폐인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영화 '말아톤'(2005), 드라마 '굿닥터'(2013) 등이 자폐를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나 남들에게 배척당하는 원인으로 그렸다면, '우영우'는 자폐를 유쾌한 모습으로 그려낸다.

무엇보다 우영우로 분한 박은빈의 연기가 탁월하다.

네 살부터 아역배우로 연기를 시작해 시트콤, 사극, 영화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하게 쌓아 온 연기 내공을 쏟아붓고 있다는 평가다.

자폐인의 모습을 어설프게 따라하기만 한 연기는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밖에 없는데, 박은빈의 연기는 자폐인이란 특징을 자연스럽게 살려내면서도 자신만의 사랑스러움을 듬뿍 담아낸다.

여기에 딱딱한 법률 지식부터 고래에 관한 낯선 전문 지식까지 많은 양의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데 발음 하나하나가 정확해 전달력을 높인다.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배우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 성소수자·탈북민 등 약자 대변…"다 함께 잘살자는 메시지"
'우영우'는 법정물로서 매력도 상당하다.

보통 법정 드라마가 치정, 살인, 권력형 비리 등 자극적이고 복잡한 사건들을 깊이 있게 다룬다면 '우영우'는 노인, 자폐인, 성소수자, 탈북민, 영세업체 등 사회적 약자들이나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치매를 앓는 남편과 다투던 아내가 남편의 죽음으로 살인 혐의를 받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나 결혼식 도중 웨딩드레스가 흘러내려 손해배상 소송을 하던 신부가 사실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용기 내 밝히는 이야기가 다뤄졌다.

우영우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사건에 접근하는 과정 자체도 흥미롭지만, 사건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왔거나 잊고 있던 가치들을 떠올리게 한다.

삼형제의 유산상속 분쟁 편에서는 우영우가 막내의 유산을 뺏으려던 첫째와 둘째 형들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하는 과정이 그려지지만, 막내는 결국 공평하게 유산을 나눠 갖자고 제안하고, 형들은 사죄의 눈물을 흘린다.

현금인출기(ATM) 제조업체의 기술 소유권 분쟁 편에서는 영세업체 사장의 입을 빌려 "소송만을 이기는 유능한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진실을 밝히는 훌륭한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소덕동 도로 공사 편에서는 개발 논리에 묻기히 일쑤인 무형의 아름다움을 지닌 마을을 들여다보게 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우영우'는 소수자, 약자 등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따뜻하게 잘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 사람들에게는 '나도 낙오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위안과 대리만족을 준다"고 분석했다.

◇ 감정 절제한 'AI 화법'…"차별 속 자신만의 해법 찾기 감동"
'우영우'는 여느 힐링 드라마처럼 따뜻한 감성을 전하는데 이 방송을 보다 '울컥'했다는 반응이 유독 많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자폐를 바라보는 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드러날 때가 있는데, 이 때마다 우영우는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자기 연민에 빠지지도 않고, 억울해하지도 않는다.

한바다에 처음 출근한 날 우영우는 "특이사항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자신을 소개한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당황하지만 우영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덤덤한 표정이다.

또 송무팀 직원 이준호(강태오)와의 관계를 친구이자 동료 변호사 최수연에게 설명하면서는 "쉽지 않아.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건 쉽지 않아. 나도 그 정도는 알아. 너는 선녀지만 나는 자폐인이잖아"라고 말한다.

우영우의 반응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씩씩해 보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겪었을 마음고생이 눈에 보여 더 마음이 간다.

'자폐인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우영우의 화법에 최수연은 "약해 빠진 소리 하지마"라고 괜히 버럭 소리를 지르며 우영우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우영우'의 대사들이 울컥하게 만드는 이유는 일종의 'AI'(인공지능) 화법이기 때문"이라며, 대사에 감정이 담겨있지 않다 보니 오히려 인물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우영우는 세상이 자신을 차별의 시선으로 보는 걸 인정하고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간다"며 "시청자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며 감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