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여학생 공학주간 강연회(Girls’ Engineering Talk)’ 현장. 안혜연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이사장의 말이 끝나자 힘찬 박수가 쏟아졌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은 7월18일부터 8월8일까지 전국 16개 대학에서 ‘여학생 공학주간(Girls’ Engineering Week) 행사를 연다. 여학생 공학주간 강연회는 그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행사다.
2022 여학생 공학주간 강연회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현장 참석 100명, 유튜브 등 온라인 참석 900명 등 1000여명의 여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참석했다. 이경민 대학 생글기자(서강대 경영학과)
2022 여학생 공학주간 강연회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렸다. 현장 참석 100명, 유튜브 등 온라인 참석 900명 등 1000여명의 여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이 참석했다. 이경민 대학 생글기자(서강대 경영학과)

◆온·오프라인서 성황리에 열린 강연회

안 이사장은 최근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 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는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도 국가로 올라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공학을 공부하고 잘할 수 있다며 여학생들의 이공계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영상으로 축사를 보내 왔다. 이 장관은 “과힉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해 정부가 더욱 많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창의성과 소통 능력을 가진 인재가 돼 달라”고 말했다. 오 총장은 “남을 따라가기보다 창의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며 “다른 분야 전문가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훌륭한 인재”라고 강조했다.

◆현직 여성 공학인들의 멘토링 강연

기조강연에 이어진 ‘테마 톡’에서는 인공지능(AI)·환경·반도체·바이오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진로에 대해 조언했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 센터장은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맥락이 있다”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눈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또 “AI는 이제 예술과 인문학을 포함한 전 분야에 활용된다”며 “기술과 사람을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선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생물을 활용해 자동차 연료와 말라리아 치료제 등을 생산하는 미생물 리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해 강연했다. 과학기술을 활용해 기후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 뜻깊은 강연이었다.

박완재 세메스 Etch팀 수석은 강연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편견을 깨트릴 수 있게 했다. 그는 “소재·장비 분야에 우수한 여학생이 많이 진출해 좋은 변화를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지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후성유전학을 설명하면서 “우리 모두는 이미 최고의 DNA를 가지고 있고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격려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2022 여학생 공학주간

강연이 끝난 후에는 패널 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현장에 참석한 학생들과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들이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강연자들이 답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공학 분야에선 여성이 리더가 되거나 오래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강연을 통해 나를 포함한 여학생들이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22 여학생 공학주간에는 여성 공학인 특강 및 멘토링, 메타버스를 활용한 공학 전공 체험 및 실습, 공과대학 학과 설명회 및 연구실 견학 등이 진행된다. 여학생들이 공학 분야에 대한 흥미를 갖고, 관련 분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차민서(노스런던컬리지에잇스쿨 제주 13학년)

여성 과학자 선배들과 함께한 뜻깊은 시간

여학생 공학주간(Girls’ Engineering Week)은 여성 중·고교생을 위한 공학 전공 체험 행사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2012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여성 비율이 낮은 공학 분야와 관련 직군 진출을 독려한다는 취지다. 이 행사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여학생 공학주간 강연회(Girls’ Engineering Talk)’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렸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인재상’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고, 이어서 여성 과학기술인 네 명이 강연을 했다. 오 총장은 창의성, 융합, 소통 능력, 생각하는 힘 등을 미래 인재상의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창의성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힘이다.

뭐든지 선점하는 사람이 표준이 되는 시대의 필수 능력이다. 기술을 잘 활용하려면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과학 지식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융합형 인재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협업해 아이디어를 확장하려면 소통 능력 역시 필수적이다. 또한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과학기술 발전의 맥락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와 미생물 리프로그래밍 등 유망 산업을 주제로 한 강연도 있었다. 공학 분야 진출을 꿈꾸는 여학생들이 관련 산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이선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생물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활용해 어떻게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미생물 리프로그래밍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를 통해 환경 오염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반도체 장비 업체 세메스의 박완재 수석은 반도체 산업에 대해 설명했다. 박 수석은 우리나라가 반도체 제조 분야는 강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소재와 장비 분야는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다.

이지민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후성유전학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후성유전학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이 어떤 생각과 태도로 본인의 진로를 정하면 좋을지에 대해 얘기했다. 이 교수는 본인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포기하고, 지우고, 노력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또 “우리 모두는 이미 최선의 유전자, 변화 적응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훌륭한 여성 과학자들과 공학에 관심있는 여학생들이 함께한 뜻깊은 행사였다.

이경민(서강대 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