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유사성 기준 달라, 모든 예술가는 영감 받아"
박새별은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표절에 관한 아주 사적인 단상'이라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처음 논란이 있었을 때부터 글을 써야 할까 고민했다. 왜냐면 표절은 나의 박사 기간 적어도 5년 이상 깊이 고민했던 주제였고, 음악에서 유사한 것이란 무엇인지, 창작력·예술·독창성이란 무엇인지 아마 음악인으로서 공대생으로서 나만큼 고민한 사람은 한국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뜨거운 이슈에 나의 선생님, 희열 오빠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도, 쉽게 무시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박새별은 2008년 데뷔한 싱어송라이터로 현재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에 소속돼 있다. 그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해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를 거쳐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새별은 표절에 대해 "한국과 미국 모두 공통으로 말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질적 유사성'이라는 개념이다. 즉, 청자들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느끼는 어느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다"면서 본인이 연구했던 주제인 '정량적 유사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정량적 유사성의 요인으로 ▲음악 내적 요인 ▲심리학적 요인 ▲음악 외적 요인을 들었다.
먼저 음악 내적 요인에 대해 "음악에는 너무 다양한 속성이 있다"면서 "코드나 리듬, 비트 이런 부분에서 비슷한 것을 사람들은 장르라고 부르지, 어떤 코드 진행상의 비슷한 노래를 표절이라고 하진 않는다. 그렇게 치면 실제로 한국 대중음악의 정말 많은 곡이 표절의 기준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심리학적 요인을 거론하며 "사람마다 유사성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적인 인지 능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단지 리듬만 비슷해서 비슷하게 느껴지고, 누군가에겐 코드 한두 개만 달라져도 새로운 곡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음악 외적 요인을 언급하며 "실제로 원작자의 음악을 들었는가, 그것에 대한 정확한 법적 근거가 남아있는가가 판결에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무의식적 카피라는 것을 누군가 법적으로 판결하려면 적어도 그 곡이 길 어딘가에서 들었을 법한 어느 정도 이상의 인지도를 지니거나 증거 혹은 데모, 라이브를 어디서든 들었을 법한 증거를 법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새별은 "이 세상의 모든 예술가는 당대의, 이전의 예술가에게 영향을 받아왔다"며 "인간은 그 누구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 아니다. 모든 예술가는 당대의 어떤 트렌드에 대한 편승이든, 그에 대한 반발이든, 어떤 것이든 그들도 어딘가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들의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적었다.
끝으로 그는 유희열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박새별은 "22살 철없던 시절에 희열오빠를 처음 만났다"며 "그와의 1시간의 대화는 그동안 내가 지닌 모든 삶의 방향이나 음악에 대한 개념을 깨주었고, 삶을 바꿔줬다"고 전했다.
이어 "'음악을 단지 하는 것, 혹은 음악을 잘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너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즉 피아노를 잘 치거나 고음을 내는 것은 그리 큰 메리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 음악은 매체이고 소통의 수단이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새별은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음악, 이야기,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이 데이빗 포스터를 들었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을 들었다. 그렇지만 누구나 토이의 음악을 만들 순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희열은 '유희열의 생활음악' 프로젝트의 두 번째 트랙 '아주 사적인 밤'이 일본 영화음악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곡 '아쿠아(Aqua)'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 사과했으나, 이후로도 그가 작업한 다수의 곡을 둘러싼 유사성 의혹이 불거지며 표절 시비가 지속되고 있다.
동시에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하차 여론도 거세지자, 결국 유희열은 프로그램 하차를 공식화했다. 다만, 표절 논란과 관련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이라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