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매력 만점"…청와대에서 느끼는 여름밤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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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야간관람 공개…상춘재 내부·레이저 반딧불이 조명 등 선보여
내일부터 8월 1일까지 1천200명 대상 시범운영 "자 지금부터 문을 열겠습니다!"
해가 저물고 한낮의 열기가 사그라들 무렵, 닫혀 있던 문이 서서히 움직였다.
문이 활짝 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분, 기다리던 사람들 입에서는 '와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국 정치의 중심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개방된 이후 처음으로 야간에도 문을 연다.
여름밤 정취를 느끼며 청와대 곳곳을 만끽할 수 있는 '청와대 한여름 밤의 산책' 행사를 통해서다.
19일 저녁 취재진과 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 블로그 기자단, 모니터링 요원 등에 먼저 공개된 청와대는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건물을 비추는 조명은 '파란 기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관람은 오후 7시 30분 청와대 정문에서 시작됐다.
안내 데스크에서는 신청 여부를 확인한 뒤 태극 모양의 부채와 벌레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향 밴드를 나눠 줬다.
뿌리는 형태의 모기 기피제와 손 소독제도 배치돼 있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대정원을 지나 본관 쪽으로 관람객을 인솔한 뒤 "외국 정상이나 지도자에게는 한국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이 청와대였다"고 소개했다.
관람객들은 본관 1·2층 곳곳을 둘러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심 소장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가리키며 "여기가 청와대의 백미다.
대통령이 됐다는 생각을 하고 한 걸음씩 올라와보라"고 권하자 관람객들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고 '인증 사진'을 남겼다.
친구와 함께 온 한 20대 여성은 '신기하다'며 눈을 떼지 못했고 설명 내용을 받아적는 이들도 있었다.
오후 8시 무렵 수궁터를 지나 대통령이 거주했던 관저에 도착하자 관람객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펼쳐졌다.
첼리스트 김솔다니엘,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으로 구성된 '첼로 가야금'이 연주를 시작하자 관람객들은 음악 선율에 집중하며 여름밤의 정취를 느꼈다.
이들은 시원한 오미자차와 제호차를 먹으며 더위를 식혔고 고즈넉한 관저의 풍경을 찬찬히 둘러봤다.
이번 야간 관람에서 특별히 공개된 공간도 눈에 띄었다.
국내외 귀빈에게 우리 전통 가옥 양식을 소개하거나 의전 행사, 비공식 회의 등을 진행해왔던 상춘재는 이날 창호를 활짝 열었다.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백자, 가구 등 전통공예품 96점을 둬 전통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밤 산책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녹지원에 이르렀을 때 절정에 달했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녹지원의 반송(盤松) 주변은 마치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것처럼 형형색색으로 반짝였다.
레이저 조명으로 완성한 빛의 향연에 관람객들은 추억 한 장면을 새겼다.
누군가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다고 하자 "동영상으로 찍으면 다 나온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대정원, 본관, 수궁터, 관저, 상춘재, 녹지원까지 모두 둘러본 뒤 다시 정문으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9시. 출발한 지 1시간 30분이나 지났지만 관람객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사전 공개 행사에 참석한 박준홍 씨는 "낮에는 환히 건물을 돌아봤다면, 밤에는 조명을 비춰주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매력이 달라 좋다"며 웃었다.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공간을 엿본 외국인 관람객의 만족도도 높았다.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 글로벌 홍보단'으로 이날 사전 공개 행사에 참여한 디아나는 "드라마나 뉴스에서 보던 장소에 직접 온 건 처음"이라며 "한국에서 4년 넘게 살았지만 정말 특별한 밤"이라며 말했다.
스페인 출신의 모델 로레나 역시 "관람 내내 마음이 설레고 좋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청와대는 스토리가 많은 곳인데 다 들려주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청와대가 개방된 일련의 과정은 한 명이 아닌 모두의 업적이자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야간 관람은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12일간(화요일 휴무) 진행된다.
사전 신청과 추첨을 거쳐 선정된 관람객은 총 1천200명으로 이들은 오후 7시 30분, 오후 8시 10분 등 2회로 나눠 1시간 30분 정도 청와대 곳곳을 둘러본다.
한국문화재재단 청와대문화사업단 김순호 팀장은 "청와대 개방 이후 131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컸다"면서 "이번에는 시범적으로 야간 행사를 운영하지만 향후 어떻게 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내일부터 8월 1일까지 1천200명 대상 시범운영 "자 지금부터 문을 열겠습니다!"
해가 저물고 한낮의 열기가 사그라들 무렵, 닫혀 있던 문이 서서히 움직였다.
문이 활짝 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2분, 기다리던 사람들 입에서는 '와아'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국 정치의 중심이자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개방된 이후 처음으로 야간에도 문을 연다.
여름밤 정취를 느끼며 청와대 곳곳을 만끽할 수 있는 '청와대 한여름 밤의 산책' 행사를 통해서다.
19일 저녁 취재진과 문화재청·한국문화재재단 블로그 기자단, 모니터링 요원 등에 먼저 공개된 청와대는 낮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건물을 비추는 조명은 '파란 기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관람은 오후 7시 30분 청와대 정문에서 시작됐다.
안내 데스크에서는 신청 여부를 확인한 뒤 태극 모양의 부채와 벌레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향 밴드를 나눠 줬다.
뿌리는 형태의 모기 기피제와 손 소독제도 배치돼 있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대정원을 지나 본관 쪽으로 관람객을 인솔한 뒤 "외국 정상이나 지도자에게는 한국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이 청와대였다"고 소개했다.
관람객들은 본관 1·2층 곳곳을 둘러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심 소장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가리키며 "여기가 청와대의 백미다.
대통령이 됐다는 생각을 하고 한 걸음씩 올라와보라"고 권하자 관람객들은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고 '인증 사진'을 남겼다.
친구와 함께 온 한 20대 여성은 '신기하다'며 눈을 떼지 못했고 설명 내용을 받아적는 이들도 있었다.
오후 8시 무렵 수궁터를 지나 대통령이 거주했던 관저에 도착하자 관람객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가 펼쳐졌다.
첼리스트 김솔다니엘, 가야금 연주자 윤다영으로 구성된 '첼로 가야금'이 연주를 시작하자 관람객들은 음악 선율에 집중하며 여름밤의 정취를 느꼈다.
이들은 시원한 오미자차와 제호차를 먹으며 더위를 식혔고 고즈넉한 관저의 풍경을 찬찬히 둘러봤다.
이번 야간 관람에서 특별히 공개된 공간도 눈에 띄었다.
국내외 귀빈에게 우리 전통 가옥 양식을 소개하거나 의전 행사, 비공식 회의 등을 진행해왔던 상춘재는 이날 창호를 활짝 열었다.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백자, 가구 등 전통공예품 96점을 둬 전통의 아름다움을 더했다.
밤 산책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녹지원에 이르렀을 때 절정에 달했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녹지원의 반송(盤松) 주변은 마치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것처럼 형형색색으로 반짝였다.
레이저 조명으로 완성한 빛의 향연에 관람객들은 추억 한 장면을 새겼다.
누군가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다고 하자 "동영상으로 찍으면 다 나온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대정원, 본관, 수궁터, 관저, 상춘재, 녹지원까지 모두 둘러본 뒤 다시 정문으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9시. 출발한 지 1시간 30분이나 지났지만 관람객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사전 공개 행사에 참석한 박준홍 씨는 "낮에는 환히 건물을 돌아봤다면, 밤에는 조명을 비춰주니 색다른 느낌이 든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매력이 달라 좋다"며 웃었다.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공간을 엿본 외국인 관람객의 만족도도 높았다.
한국문화재재단의 '문화유산 글로벌 홍보단'으로 이날 사전 공개 행사에 참여한 디아나는 "드라마나 뉴스에서 보던 장소에 직접 온 건 처음"이라며 "한국에서 4년 넘게 살았지만 정말 특별한 밤"이라며 말했다.
스페인 출신의 모델 로레나 역시 "관람 내내 마음이 설레고 좋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청와대는 스토리가 많은 곳인데 다 들려주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청와대가 개방된 일련의 과정은 한 명이 아닌 모두의 업적이자 민주주의의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야간 관람은 오는 2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12일간(화요일 휴무) 진행된다.
사전 신청과 추첨을 거쳐 선정된 관람객은 총 1천200명으로 이들은 오후 7시 30분, 오후 8시 10분 등 2회로 나눠 1시간 30분 정도 청와대 곳곳을 둘러본다.
한국문화재재단 청와대문화사업단 김순호 팀장은 "청와대 개방 이후 131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컸다"면서 "이번에는 시범적으로 야간 행사를 운영하지만 향후 어떻게 할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