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에 제4차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 의견서 제출
인권위 "차별금지법 제정해야…유엔 권고에도 진전 없어"
국가인권위원회는 14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의견서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거듭 강조했다.

약 4년 6개월 주기로 시행되는 UPR은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권고하는 제도다.

한국은 2008년, 2012년, 2017년 3차례 UPR 심의를 받았고, 내년 1∼2월 제4차 심의가 예정돼있다.

인권위는 이번 의견서에서 "정부는 제3차 UPR 권고 총 218개 중 121개 수용, 97개 참조 입장을 2018년 2월 밝혔으나 주요 권고는 이행상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성적지향과 성 정체성 등을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난 UPR 권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2020년 이후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4건의 차별금지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차별금지법 제정 입법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제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대해선 "사형제 폐지와 대체 형벌 도입을 검토하고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 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도 인권위는 군·장애인·여성·아동·노동·이주·기업·기후변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인권 관련 사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두고는 새 차량 교체 시 저상버스 의무 도입 대상에 시외버스가 제외되고, 올해 5월 이전에 설치된 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대상에서 제외돼 시설물 접근이 여전히 제한되고 있다며 필요한 입법 조치와 재정지원을 강화하라고 제언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예외로 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법 적용 대상 사업장을 확대하고 사고 발생 시 엄정한 법 적용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여성 인권 부문에서는 안전한 임신 중단을 위해 임신 중단 수술의 건강보험 급여화 및 임신 중단 약물 허용 등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 보호와 피해 치유를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조처를 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 한국 사회가 지난 대통령 선거를 겪으면서 젠더 갈등이 증폭된 상황을 두고는 "여성에 대한 혐오 및 차별금지, 성평등 증진 및 젠더 갈등 해소를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대비를 위한 통합 대응 체계 구축과 취약계층 인권이 보호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의 주요 인권 현안 및 과제에 관한 인권위의 독립적 의견을 담은 의견서는 유엔 회원국들이 한국의 인권 발전을 위한 과제를 도출·권고하고, 정부에 이행을 촉구하는 데 바탕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