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이 취임 이후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해"
동물단체들 "대구시가 나서서 하루속히 폐쇄해야" 촉구
초복 앞둔 대구 칠성개시장…상인들 "보상해주면 문 닫지"
"장사도 안 되는데 대구시에서 보상만 제대로 해줬으면 진작 그만뒀지."
초복(初伏)을 이틀 앞둔 14일 오전 대구 북구 칠성개시장.
2대째 보신탕 장사를 하고 있다는 60대 김모씨는 삶은 개 껍데기를 가마솥에서 꺼내 썰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옛날에나 장사할 맛이 났지 지금은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어서 장사한다"며 "보상만 제대로 해주면 주변에 장사하는 사람들 다 나갈 거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어느 정도의 보상을 원하는 거냐'고 묻자 김씨는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이라고 짧게 답했다.

초복 앞둔 대구 칠성개시장…상인들 "보상해주면 문 닫지"
이날 점심시간대 보신탕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골목은 한적했다.

'보신탕', '개소주', '영양탕' 문구가 큼지막이 적힌 간판들만 눈에 들어왔다.

몇몇 보신탕 가게를 찾은 시민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남성들로 보였다.

예전과 달리 현장에서 개를 도살하는 작업장과 뜬장에 가둬 전시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만난 상인들은 대체로 대구시의 '적절한' 보상을 바라는 눈치였다.

20년 넘게 장사하고 있다는 60대 이모씨는 "올해 봄에 시와 구청 직원들이 찾아와서 보상 얘기를 했는데 그 뒤에 진척이 없다"며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이후로는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 했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70대 김모씨는 "장사가 옛날 같지 않다"며 "몇 십년 장사를 하다보니 보상만 제대로 해주면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단체들이 시위하고 여론이 좋지 않다 보니까 그만두고 나간 사람이 많다"며 "개고기를 못 먹게 하려면 소나 돼지도 못 먹게 하던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보신탕 가게를 찾은 시민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가게 앞에서 만난 70대 A씨는 "개시장이 사라지면 어디가서 개고기를 먹으란 말이냐"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초복 앞둔 대구 칠성개시장…상인들 "보상해주면 문 닫지"
한때 부산 구포시장, 성남 모란시장과 함께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린 이곳에는 현재 13곳의 개 식용 가게가 남아 있다.

현재 동물단체들은 칠성개시장이 전국 유일 개시장이라며 대구시의 적극적인 개입과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전날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를 위한 연대'는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칠성개시장을 하루속히 완전히 폐쇄하라"고 시에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과 전·폐업 보상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되면 빠른 조치가 가능하도록 수시로 모니터링 하고 상인들과도 충분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초복 앞둔 대구 칠성개시장…상인들 "보상해주면 문 닫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