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으로 가격 내리자 물량 담합…관련 매출액 2조4천억원 현대로템 등 철도차량 제작업체 3곳이 공공기관 등의 지하철·경전철 발주 물량을 나눠 먹기로 합의한 사실이 적발돼 5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잠정적인 관련 매출액이 2조4천억원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 등이 발주한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수년간 낙찰 예정자와 물량 등을 담합(공정거래법 위반)한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에 시정명령과 총 564억7천800만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 부과액은 현대로템 323억600만원, 우진산전 147억9천400만원, 다원시스 93억7천800만원 등이다.
공정위는 담합의 성격과 조사 과정에서의 협조 정도 등을 고려해 검찰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 발주된 서울 2호선, 김포도시철도, 부산 1호선 등의 철도 차량 구매 입찰 6건에서 현대로템이 낙찰받기로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진산전은 현대로템에 매출 상당 부분을 의존하던 부품 협력사로, 현대로템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들러리로 참여하고, 그 대가로 해당 사업 일부의 하도급을 맡았다.
오랜 기간 국내 철도차량 제작시장을 독점했던 현대로템은 우진산전이 완성차량 제조 시장에서 잠재적 경쟁 상대로 부상하자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양사 간 합의가 파기되면서 2017∼2018년에는 기존에 담합에 참여하지 않았던 다원시스는 물론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간에도 경쟁이 이뤄졌다.
그러나 2018년 말부터 저가 수주를 방지해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담합이 재개됐다.
현대로템 등 3사는 2019년 2월부터 12월까지 발주된 5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현대로템이 3건,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각각 1건을 수주하기로 합의했다.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의 2010∼2020년 합계 철도차량 시장 점유율은 100%다.
모든 국내 제작업체가 담합에 가담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은 자신을 '맏형'으로 칭하면서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로템 임직원이 법적 분쟁 중인 다원시스와 우진산전 측을 따로따로 만나 3사 간 담합을 합의했다.
현대로템 직원은 다원시스 임원의 요구에 따라 '현대로템은 코레일 발주 간선형 전기자동차 구매 입찰에 불참한다' 내용이 담긴 대외비 문서를 텔레그램으로 전송하기도 했다.
또 우진산전은 자신이 수주받기로 한 5·7호선 신조전동차 입찰에 다원시스가 발주처 요청으로 참여하게 되자, 들러리 응찰을 약속받고 그 대가로 양사 간 법적 분쟁에서 항고를 취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2020년 2월 신고를 받고 이 사건 담합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담합과 관련한 3사의 매출액은 2조4천억원(잠정) 수준이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조치는 소수 사업자로 구성된 폐쇄적인 철도차량 제작시장에서 수년에 걸쳐 발생한 담합을 적발·제재한 것으로서, 국가기간산업과 연계돼 경제적 파급력이 큰 교통 산업 내의 경쟁제한 행위를 시정했다는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과 공공예산 절감을 위해 법 위반 행위를 엄중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